마리스 얀손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RCO 음원과 매우 흥미로운 비교가 되는 연주이다. 베이스 독창을 맡은 세르게이 알렉사쉬킨의 음성은 마리우스 린츨러의 굵은 중후함에 비해 청량감이 강하고 러시아인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강인하고 명징한 딕션으로 또렷한 정공법을 구사한다. 얀손스의 해석은 하이팅크 연주와는 다른 관점에서 강력한 확신으로 가득하다. 바이에른 방송향의 음색적 이질감은 역설적으로 러시아 정통 사운드에 더욱 근접해 있는 듯하다. 마치 '사생결단 몰아치는' 연주가 아니라, 이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방향성을 보여준다. 중용적인 접근법은 때론 가치관의 모호함을 드러내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하나 관객에게 강제적 공감을 호소하지 않으면서 불가항력의 몰입을 선사하는 마법은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본질적인 음악세계라 할 수 있다.
단정한 파괴력으로 승부하는 1악장에 이어 뜨거운 폭발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2악장은 러시안 특유의 스타일을 부각하면서도 깔끔하고 가학적인 쾌감을 안긴다.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3악장은 반전의 선율미가 매력적이다. 저음 현으로 짓누르는 짙은 우울감 위에 침울한 베이스의 목소리는 마치 그레고리안 찬트처럼 다가온다. 현 위에 불안한 종소리가 지속되는 4악장, '전우의 군가 합창'은 밝은 톤으로 융화돼 색다르게 느껴진다.해맑은 큐티함으로 급반전을 보여주는 5악장 도입부의 플루트 독주는 감정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지만, 그러나 사실 교향곡의 흐름은 전혀 변함이 없다. 별안간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오묘한 충격을 주면서 현이 내뿜는 음성은 매우 무겁고 어두우며 침울하다. 이것은 '쇼스타코비치 고유의 정체성'이다. 얀손스, BRSO는 이런 패턴에 충실한 앙상블로 응수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혼돈의 교향곡'인 "바비 야르"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진정 고요하고도 평화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내재된 상징적 목표는 결국 '모든 고통과 전쟁을 멈추고 안정과 안식에 이르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은 작곡가로서 그가 추구하는 모든 예술 세계의 결론이기도 하다. 음악예술의 종착점은 "바비 야르" 교향곡이 들려주듯이 세상의 고통과 혼돈으로부터 진정한 평화와 평안에 이르는 것일 테다. 피날레의 고요히 마무리되는 코다는 그래서 감상자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