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켐프ㅣ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 31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31 Op.110

Piano Sonata No.29 Op.106 "Hammerklavier"


Piano/ Wilhelm Kempff


1951 Recording


#WilhelmKempff #Beethoven


발매된 음반에 적혀진 리뷰를 일부 각색하여 인용하자면 "1950~56년에 걸쳐 남긴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시적인 정서, 정제된 음색, 내밀한 표현, 그리고 '테크닉과 해석의 훌륭한 균형'을 이룬 명연"이다.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음반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 & 29번 "함머클라비어">가 담겨 있다. 앞서 인용된 글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건, 이 연주에서 빌헬름 켐프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확고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베토벤 후기 소나타를 먼저 듣는 이유는, 연주자의 성향, 그리고 완성된 해석, 스타일이 확연히 들려오는 탓이다. 그래서 이후에 듣는 초-중기 소나타에서는 연주자 내공 수준이 보다 적나라하게 느껴지는데 대가의 연주는 이런 선택도 전곡을 감상하는데 나름의 좋은 선택이 되리라 믿는다.


빌헬름 켐프는 그의 <J. S.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보여줬던 단아한 격정을 베토벤에서도 오롯이 표현한다. "피아노 소나타 31번" 피날레에서 전해지는 명징한 타건, 폭발적 정서도 그렇지만 특히 "피아노 소나타 29번"에서 느껴지는 '내밀한 표현'과 단단한 구조는 특별하다. 비록 1950년대 레코딩 특유의 건조함은 있지만 이를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그의 공격력은 몰입도가 강하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가 지닌 구조적인 거대함은 모든 연주자들에게 힘겨운 도전이지만 '도전'을 넘어선 경지에 이른 대가들의 연주는 섬세한 디테일과 여유로움에서도 차이가 존재하듯 켐프의 베토벤은 독일적 색채감이 한껏 더해져 중후한 음색 뿐만 아니라 본토의 '시적인 정서'를 훌륭하게 담아 냈다. 짧은 2악장 "스케르초"에 이어지는 무려 15분 여의 3악장 "아다지오"는 담백한 독일 감성의 소릿결이 우릴 아득한 심연으로 이끌어 몽환적인 감동을 안긴다. 마지막 4악장이 시작되면 모든 힘과 감정을 모아 집중 타격하는 그만의 뜨거운 열정과 파괴력이 정점으로 치닫는다. 지극히 격렬하고 전투적인 연주에서도 코다는 '화력 지향'이 아니라 의외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빌헬름 켐프"로 회귀하는 순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절제된 감성과 깊은 순수함이 결합된 그만의 아름다운 종착점은 안정된 결론을 맺으며 말끔히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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