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핫한 지휘자, 클라우스 매켈래의 두 번째 음반이 발매됐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불새">는 어쩌면 아직 20대인 그의 뜨거운 패기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레퍼토리일 것이다. 그래서 발매 전부터 그 무엇보다 기대가 남달랐던 음원이기도 하다.
"봄의 제전"은 예상대로 야성적인 날것의 질감을 충실히 재현한 연주이다. 거침 없이 진격하는 매켈래의 뜨거운 지휘봉과 파리 오케스트라의 야릇하고 강렬한 소릿결은 연주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이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이들의 연주는 단순히 거칠기만 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세련된 사운드에 더해지는 고혹적인 낭만성은 노골적인 능수능란함이 느껴진다. 도대체 매켈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불과 '스물 아홉' 살의 나이에 이토록 정교한 해석과 강력한 완성도를 이뤄낼 수 있단 말인가. '야성'과 '이성'의 정교한 교차점이 매 순간 와닿는 쾌감은 이 작품이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예술과 음악이 갖는 중요한 속성은 표현의 한계를 위해 어느 한 쪽으로만 완전하게 기울어지지 않으면서 음악의 예술적 향유를 위한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요소를 충족하는 이들의 연주는 설득력 있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코다의 깔끔한 폭발력도 음향적 쾌감이 대단해 우리의 기대감을 충족한다.
"불새"는 앞선 "봄의 제전"보다 진보한 기량을 선보인다. 단순하지 않은 선율 구조와 현과 목관 블렌딩의 오묘한 조화는 지극히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하는데 드라마틱한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기괴한 낭만성과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고도의 음악적인 감각을 요한다. "불새"의 흐름에 담겨진 스토리텔링은 음악 위에 그려지는 강렬한 영상이 언제나 감상자를 지배하는 힘을 지녀 단 한 순간도 그런 영향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한다. 러닝 타임이 무려 [48:06]에 육박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발레 음악'을 넘어 완벽한 '관현악곡'으로 정착된 음악이다. 기능적, 선율적 측면에서 스트라빈스키 고유의 작풍과 흐름을 명백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봄의 제전"을 훨씬 넘어서는 작품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피날레에서 하늘 높이 날갯짓하며 상승하는 불새의 카타르시스는 온몸을 사로잡는 짜릿한 전율과 진한 감동의 결정체이다. 클라우스 매켈래, 파리 오케스트라의 밀도감 있는 앙상블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텐션은 통쾌한 총주로 격렬하고 깨끗한 종결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