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히 늘어난 음반들이 필순이 (나의 미니 오디오 애칭) 위로 계속 쌓여만 가는 위급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다이소에서 큼지막한 수납함을 사 왔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이다) 옆이 아니라 자꾸 위로만 쌓여만 가는 수납 상황은 듣고 싶은 음반을 찾는 과정도 힘겹고 짜증 나는 탓에 불가피하게 정리가 필요했다.
집 안에 물건을 들이지 않으려 애는 쓰지만 도저히 음반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모조리 깔끔하게 정리된 음반들을 보자니 괜히 마음이 뿌듯하다.
여담이지만 음반리뷰를 습관적으로 쓰는 건 순전히 나의 기록 정신 때문이다. 박물관 유물도 웬만해선 거의 모두 찍어서 (카카오스토리에) 저장하는 것도 나만의 유별난 기록 욕구 때문이다.
언젠가(이라 쓰고 '영원히 불가능'이라 읽는다) 내 글을 하나로 묶어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과연 내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겠다. 기록이란 "삶의 흔적"이다. 그저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숨결이고, 흔적이며 증거물이다.
너저분하게 쌓여가는 음반을 수납함에 꼭꼭 욱여넣으며 어수선한 내 마음도 하나하나 정리해 본다. 차라리 나는 어딘가를 향해 밖으로 나돌 때가 한결 마음이 안정되는 모양이다. 요즘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주로 경상도와 서울, 그리고 전라도 정도지만) 박물관과 공연장에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훨씬 좋은지 집에 처박혀 있는 시간들은 왠지 답답하고 불안해서 심리적, 정신적으로 불편하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전에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 후회 없이 많은 걸 보고 느끼련다. 물건 정리는 집에서, 마음 정리는 밖에서 하련다. 나 혼자, 때론 내가 각별히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