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2025 교향악축제 프리뷰 콘서트]
성기선-전주시향ㅣ브루크너 교향곡 9번
4.11(금) / 19:3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피아노/ Arsenii Moon
A. Glazunov
Prelude from Suite 'From the Middle Ages' Op.79
F. Chopin
Piano Concerto No.1 Op.11
A. Bruckner
Symphony No.9 WAB.109
#전주시립교향악단 #성기선 #브루크너 #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오늘의 성기선과 전주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앙상블을 구현해 낸 불굴의 역주였다. 매 순간마다 이들의 뜨거운 노력과 고군분투의 흔적이 녹아 있는 결과를 오롯이 확인할 수 있었던 열연의 현장이었다. 사실 1악장 도입부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상당히 빠른 템포와 저돌적인 해석으로 위기를 빠르게 벗어났고 이어지는 금관의 활약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소릿결도 느껴졌으나 정공법으로 흐름을 주도하면서 탄탄한 앙상블의 토대를 형성하는 모습이었다. 총주의 강력한 파워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들의 풀사운드를 받쳐주지 못하고 지극히 건조한 음향을 되받아친 연지홀의 극악의 홀사운드가 못내 아쉬움을 남겼지만 연연하지 않고 직진하는 전주시향의 당찬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지난 <말러 교향곡 2번>은 지휘자 성기선의 말러에 대한 이해부족이 아쉬운 연주였지만 오늘 브루크너는 템포의 다양한 변화를 크레셴도의 연결구조 위에 클라이맥스로 터뜨리는 감각적인 해석까지 보여줘 무척 놀랍고 흥미로운 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3악장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잃지 않은 전주시향 단원 모두의 열정적인 모습은 실로 오랜만에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코다에서 호른의 숨 막히는 긴 울림과 현악 피치카토의 감각적 조합은 상당히 깔끔한 앙상블을 보여줘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아쉽게도 그 아득한 여운을 단 1초도 지켜주지 못한 성급하게 터진 관객의 박수는 오늘 공연의 가장 큰 옥에 티였다. 관객이 침묵악장을 지켜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이렇게 감흥을 무참히 깨버리는 관크의 존재는 매번 씁쓸하면서도 화가 난다. 이것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안타까운 문화적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공연장이란 공간 안에서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기적이고 악마적인 현실을 목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어쩌면 이런 불행한 사태는 모두의 암묵적 무관심 속에 스스로 키워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온몸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전주시향이 보여준 것처럼 강력한 의지로 뚜렷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면 모두가 그리는 행복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담겨 있는 삶의 희로애락과 수많은 고통과 죽음, 그리고 격정의 순간들은 어쩌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그리고 관객들의 뜨거운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전주시향이 곧 있을 2025 교향악축제 서울 공연에서도 오늘처럼 힘차게 비상해 그들의 모든 기량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