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F. Schubert
Wanderer Fantasie D.760 Op.15
6 Moments Musicaux D.780 Op.94
Allegretto D.915
Piano/ Paul Lewis
#PaulLewis #Schubert
폴 루이스의 슈베르트 작품들은 그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만큼이나 특별한 세계다. 기존의 연주와 결이 다른, 궤를 달리 하는 폴 루이스만의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다. 그의 손을 따라 음악을 쫓다 보면 뜻밖에도 익숙한 길이 아님을 깨닫고 온전히 길을 잃는다.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은 <피아노 소나타>와 또 다른, 미지의 세상과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조성진의 방랑자'가 안긴 충격과 전혀 다른 질감의 충격이다. 듣는 이를 농락하는 듯한 짧지만 강렬한 순간이 바람처럼 뺨을 스쳐간다. '폴 루이스의 방랑자'는 조성진이 그러하듯 스스로가 방랑자를 자처하지만 인생을 달관하는 평화로운 시선이 그의 음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반적으론 일인칭 시점이면서도 극적인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시각의 변화가 이뤄지며 다양한 시선의 스펙트럼을 연주 속에 투영하고 있다. 폭발적인 격정과 뜨거운 회한 속에서 그만의 깊은 낭만성을 자연스레 표출하며 한없는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오롯이 혼자가 되어 순수한 고독으로 회귀하는 무겁고 진중한 선율이 맑은 쾌감을 안기는 역설적인 환희로, 당신의 고막에서 가슴에 전해지는 전율로 형상화한다. 폴 루이스, 그의 연주엔 음악으로 전하는 삶의 안식이 포근한 감성으로 담겨 있다. 그만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선을 귀로, 가슴으로 마음을 다해 찬미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