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 얀손스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BRSO) 재임 시절 "말러 교향곡 전집"을 남겼다. 그는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RCO) 음악감독 시절에도 말러 리코딩을 꾸준히 작업했지만 전곡을 녹음하지는 않았다. 마리스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향에 더 큰 애착이 있었는지 알 순 없지만 결론적으로 하나의 교향악단과 말러 전곡 음원을 남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마이클 틸슨-토머스(샌프란시스코심포니), 미하엘 길렌(남서독일방송향), 리카르도 샤이(RCO/ 10번 제외), 클라우스 텐슈테트(런던 필하모닉), 개리 베르티니(쾰른 방송향), 마르쿠스 슈텐츠(쾰른 귀르체니히), 베르나르트 하이팅크(RCO) 등의 훌륭한 '말러 전집'들이 존재하지만 보통 전곡 중 한 두 곡은 다른 악단과 녹음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예는 결코 흔치 않다.
마리스 얀손스는 파격이나 진취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기 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구조적인 견고함을 견지하는 지휘자이기 때문에 색다른 해석보다는 진중하고 세련된 앙상블을 구사해 오묘하고 기품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정통파 말러리안 지휘자이다. <말러 교향곡 4번>에서도 그는 슴슴하고 예스러운 진행으로 안정적이며 풍성하게 울리는 공간적인 사운드로 귓가를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바이에른 방송향의 탄탄한 합주력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시원스러운 금관군과 맑은 목관 파트의 어우러짐은 <말러 교향곡 4번>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음악적인 덕목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시종일관 거침없고 유려한 흐름으로 고금의 모든 음원 중에 첫 손에 꼽을 만한 당당한 1악장을 완성한다. 바이에른의 '독일적 감성'은 2악장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사뭇 진지하고 깊이 있는 울림은 현과 목관군, 이들이 블렌딩 되는 순간 풍겨지는 몽환적인 감수성에서 진한 향수가 느껴진다. 이어지는 3악장은 고혹적인 낭만, 그 아련한 여운으로 '천상의 세계'에 이르는 순간을 가슴 시린 아름다움으로 재현한 듯하다. 점점 고조되는 격정, 그 위에 깊게 응축된 강렬한 총주가 폭발해 교차되면서 이 작품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최고조의 카타르시스를 연출한다. 4악장은 소프라노 미아 페르손의 단아하면서 깨끗하게 울리는 음성이 압권이다. 그녀만의 깊고 맑은 소릿결과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안정감은 분명 얀손스의 해석 성향에도 부합한다. 깨끗하고 드라마틱한 발성이 주는 낭만적인 기운이 진한 여운을 남기며 점차 사그라지면 침묵의 순간이 흐르고 강력하게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박수와 갈채로 인상적인 피날레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