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루이스 & 홍석원-부산시향ㅣ베토벤 & 브람스

by Karajan

#공연리뷰


폴 루이스 & 홍석원-부산시향ㅣ베토벤 & 브람스


7.10(목) / 19:30

부산콘서트홀


피아노/ 폴 루이스 (Paul Lewis)


지휘/ 홍석원

연주/ 부산시립교향악단


L. v. BeethovenㅣPiano Concerto No.4 Op.58


<Encore>

F. SchubertㅣAllegretto D.915


J. BrahmsㅣSymphony No.2 Op.73


<Encore>

J. BrahmsㅣHungarian Dances No.5


#PaulLewis #홍석원 #부산시립교향악단

#Beethoven #Brahms #Schubert



L. v. BeethovenㅣPiano Concerto No.4 Op.58


지난 6월, 부산콘서트홀 개관 이후 첫 경험을 폴 루이스와 함께 한다는 사실은 내게 두근거리는 흥분감을 안겼다. 게다가 불과 5일 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와 대면한 이후, 부산에서 그를 또 만나는 설렘과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 연주회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폴 루이스, 그는 행복한 연주가 무엇인지 오롯이 보여주는 피아니스트이다. 서울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통해 들려준 명징하고 황홀한 음색은 오늘 연주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서 보다 완전한 형태로 탄생하리라는 기대감도 매우 컸다.


첫 피아노 도입부터 부산콘서트홀의 홀 사운드와 폴 루이스의 타건이 만나자마자 빛이 부서지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피어났다. 1악장부터 확연하게 드러난 부산콘서트홀의 음향은 잔향이 과하지 않고 상당히 먼 좌석까지 작은 소리도 명확하게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점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 덕분에 객석의 온갖 크고 작은 소음 역시 온전히 전달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부산 관객들의 관람 매너는 대단히 훌륭한 편이라 느껴왔던 내게 이곳도 서울의 관객들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어 다소 씁쓸했다.


오늘 폴 루이스는 서울 공연에 비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폭염에 지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온전하게 심리적인 측면까지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2악장 '안단테'는 음반을 통해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었던 농밀한 아름다움을 흠뻑 만끽할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1, 3악장에서 약간의 음이탈이 있긴 했지만, 그만의 명징하고 영롱한 타건은 여전했고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 다이내믹의 다채로운 표현은 부산콘서트홀의 훌륭한 음향과 만나 황홀한 순간을 선사해 주었다. 홍석원과 부산시향의 협연자를 배려한 앙상블도 인상적이었다. 금관군의 몇 번의 음이탈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작품의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고, 폴 루이스 역시 그의 '베토벤 감성'을 고스란히 건반 위에 담아 이곳 부산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했다.


오늘도 앙코르로 들려준 곡은 <슈베르트 알레그레토 D.915>, 그의 진정한 피아니즘은 결국 슈베르트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의 남다른 깊은 감성이 슈베르트를 만나 화룡점정을 이루는 그 순간은 천상에 이르는 황홀함이 아닐까 싶다.



J. BrahmsㅣSymphony No.2 Op.73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산콘서트홀은 협주곡보다 심포니에 더 최적화된 음향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대규모 관현악이 콘서트홀 사운드와 만나니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소릿결의 온전한 믹싱이 이뤄지는 듯했다. 게다가 홍석원과 부산시향이 보여준 <브람스 교향곡 2번>은 지난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에서 보여줬던 혼연일체 앙상블을 재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부산시향의 연주력은 그저 감탄만 하게 된다. 그들이 지휘자 홍석원을 만나 '국내 초일급 악단'이 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경험했던 그들의 감각적인 앙상블은 수도권 어느 오케스트라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탄탄한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관군, 특히 여성 호른 수석의 연주는 오랫동안 강한 인상으로 각인될 것 같다. 가장 흐뭇했던 순간은 단연코 2악장 '아다지오'였는데, 개인적으로 브람스 교향곡 중에서 고민 없이 첫 손에 꼽는 작품이기에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연주였다. 2악장이 안겨주는 가슴 벅찬 환희를 홍석원의 손끝으로 오롯이 만나게 되는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은 음반을 통해서도 쉽게 느낄 수 없었기에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3악장 역시 긴장감을 잃지 않는 성실한 앙상블을 보여줬고 마지막 4악장 피날레는 연주 내내 가슴을 두드리는 장쾌한 엑스터시의 결정체였다. 코다의 총주는 이상적이었다. 적절한 템포 루바토와 강력하고 후회 없이 몰아치는 폭발력은 실연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저절로 기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석원이 부산시향의 수준을 이토록 엄청나게 끌어올린 지휘자라는 걸 부산시민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의 놀라운 업적은 연주회 때마다 완벽히 증명되고 있고 그런 사실을 가장 아쉬워해야 할 사람들이 곧 부산의 애호가들이기 때문이다. 곧 그가 부산시향을 떠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부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부산시향의 각성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도 크다. 그를 보내고 부산시향이 지금의 연주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그들에게 달렸다. 남은 기간, 홍석원 지휘자의 지휘 아래 더욱 큰 도약을 이루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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