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길렌ㅣ말러 교향곡 9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9


Michael Gielen

SWR Sinfonieorchester Baden-Baden und Frei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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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길렌,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9번>은 모든 텍스트를 깨끗하고 정밀하게 투영하는 섬세하고 명징한 사운드가 일품인 연주다. 이것은 폭발적이면서도 밀도감 높은 말러의 포화된 총주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모든 성부 구성의 유기적인 응집력을 낱낱이 보여주며 놀라운 음향적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그들의 이런 점이 다소 지나친 집착 성향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완벽함에 보다 가까워지는 긍정적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낸다. 이것은 분명 옳은 선택이다.


1악장 도입부에서부터 느껴지는 확고함에서 이 연주의 놀랍고 위대한 결과가 예견된다. <말러 교향곡 9번>의 성패는 1악장 완성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이러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실황은 아니지만 마치 공연장에서 그들과 온몸을 맞대며 호흡하는 듯한 강한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저음 현의 트릴 위에 얹어지는 금관과 목관의 신비한 선율, 다시 수면 위를 감싸는 바이올린과 하프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길은 아련한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종결된다.


2악장은 느린 흐름을 보인다. 1악장의 진한 여운을 이슬처럼 흡수하듯 이어받는다. 그러나 이후엔 서서히, 그리고 급격하게 템포에 힘을 가한다. 목관의 명징한 소릿결은 평화와 폭풍우가 공존하는 듯하다. 주제부 선율이 시작되면 여유로운 걸음으로 루바토를 건다. 하지만 이내 뜨겁게 흥분하며 폭발적인 총주로 세상을 뒤엎을 듯한 총공세를 펼친다. 다른 음원들과 비교하면 다소 이질적인 흐름이지만 길렌의 해석에 속수무책 빠져드는 걸 도무지 막을 길이 없다. 마지막 피콜로의 음색조차 황홀한 충족감을 안긴다.


3악장에서 그들의 본색이 드러난다. 눈앞에 악보가 그려지듯 무색투명한 총주는 이들의 연주가 아니고서는 결코 경험하기 어렵다. 모든 현악군의 칼날 같은 보잉이 절도 있는 금관군의 웅장한 합주와 만나며 이루는 뜨거운 시너지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환희를 안긴다. <말러 교향곡 3번> 3악장, 영혼의 순간을 안겨주는 '포스트혼' 독주처럼 트럼펫의 고혹적인 선율은 진정 황홀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후반부는 무작정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밀고 당기는 텐션이 이상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며 대담하고 장쾌한 파괴력으로 마무리된다.


4악장 피날레는 육중하고 풍성한 현악군의 음색이 압도적으로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킨다. 잠시 잔잔해졌다가 금세 거센 물결로 변화하는 극한의 과정은 극적인 짜릿함을 안긴다. 거친 폭풍이 몰아치는 파도는 일정한 속도로만 흐르지 않는다. 그런 부분까지 템포에 반영하는 섬세함과 그 파도의 숨결까지 포착하는 길렌만의 감성은 격정적인 한(恨)과 슬픔을 담아낸 통상적인 해석과 명확히 구분된다. 이들의 연주는 서사적이고 광활한 공간감으로 가득하다. 그 장엄하고 드넓은 공간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질서가 모두 녹아있는 듯하다. 후반부에 전개되는 고음 현의 노골적인 상승 음향이 주는 전율의 포효는 그야말로 소름 돋는 충격을 준다. 저음 현의 육중한 흐름 위에 영혼처럼 그어지는 바이올린 파트의 차갑고 가슴 시린 보잉은 눈물을 짜내는 슬픔이 아니라 관조와 해탈이 주는 청명함이다. 마지막 현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 아득한 시공간 속에 우리를 완벽하게 가둔다. 어느 순간 꿈결에서 깨어나면 비로소 뜨거운 슬픔이 후폭풍처럼 밀려온다. 이것은 이 연주가 안기는 진정한 감동이다. 길렌의 해석은 눈부신 이상향이라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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