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홈프로젝트ㅣ쇼스타코비치 & 라벨 (7.20)

by Karajan

#공연리뷰


고잉홈프로젝트ㅣ쇼스타코비치 & 라벨


7.20(일) /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


피아노 & 첼레스타/ 손열음


연주/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


D. ShostakovichㅣSymphony No.7 "Leningrad"


M. RavelㅣBolé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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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ShostakovichㅣSymphony No.7 "Leningrad"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지휘자 없이 악장 루세브의 리드만으로 연주하는 고잉홈프로젝트의 당찬 시도는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런 대곡을 강력한 지휘봉 없이 소화하기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인데 오늘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딱 두 가지였다.


'훌륭한 플레이어들은 지휘자 없이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 '역시 탄탄한 지휘자가 있어야 연주력의 완성도를 장담할 수 있구나'였다.


결론은 그것이었다. 다른 곡도 아니고 "레닌그라드 교향곡"은 반드시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강력한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향곡엔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와 깊은 고통, 두려움, 그리고 승리의 찬가가 내재돼 있고 이는 지휘자 자신의 확고한 해석 아래에서 보다 강렬한 작품 고유의 참맛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이들의 연주력이 무언가 부족했다거나 아쉬움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휘자 없이 어찌 이토록 높은 수준의 연주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더욱 놀라웠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토록 무모한 도전을 현실로 이뤄낸 고잉홈프로젝트의 존재가 감사하다.


1악장의 핵심, 스네어드럼으로 시작되는 크레셴도는 점층적인 음향을 극적 솜씨로 쌓아가는 테크닉도 놀라웠고 세 명의 드럼 주자들의 대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어쩌면 <라벨 볼레로> 보다 더욱 압도적인 반복구이며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에 그들의 막중한 중압감은 감히 상상을 초월한다. 반면 중심축이 단단했기에 고잉홈프로젝트의 "레닌그라드 교향곡"은 더 강한 힘을 받아 완성되었을 것이다. 사실 아쉬웠던 점은 서정적이고 어두운 2, 3악장과 4악장 전반부의 섬세하고 애절한 만듦새와 낭만적인 표현력이었다. 지휘자가 가지는 해석의 범주는 매우 광범위한데, 이 작품처럼 레닌그라드 전투의 참상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음악은 지휘자의 역량으로 템포 루바토나 해석적 파괴력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투영해 긴장감을 높여 한 편의 소설 또는 영화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지휘자의 능력으로 재창조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지휘자의 부재가 주는 공허함과 연결 구조의 느슨함이 연주 전반에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관객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요인이 됐던 것이다. 다만 4악장 피날레에서는 베테랑 연주자로 구성된 악단만의 장점이 확연히 두드러졌다. 영감 있고 감각적인 플레이어가 연주의 완성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폭발적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총주의 충격은 장쾌한 감동으로 전해져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겼다. 그들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고 뜨거운 찬사를 받아 마땅했다.



M. RavelㅣBoléro


오늘 공연의 주제, 성격은 프로그램 구성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라벨 볼레로> 역시 "레닌그라드 교향곡" 1악장 스네어드럼의 '점층적 반복구'가 등장할 수 있었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솔로몬 볼코프의 저서 <증언>에서는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7번> 1악장에 대해 했다는 말이 나온다. "비평가들은 라벨의 "볼레로'" 같다고 할 거다. 내 귀엔 전쟁이 바로 이렇게 들리는 걸."


라벨과 쇼스타코비치의 크레셴도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서로가 지니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쇼스타코비치의 말처럼 그는 "전쟁이 그렇게 들린다"라고 했다. 전쟁이 삶으로 다가오는 소리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인 동시에 체념일 것이고 볼레로는 순수 관현악이자 발레 음악(스페인의 민속춤)이라는 점이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앞서 대곡을 연주한 탓인지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 듯했다. 목관, 금관의 솔로 파트는 모든 단원들 각각의 기량이 고스란히 드러나 대단히 감각적이고 훌륭했는데 특히 트롬본 수석의 독주부는 단연 돋보였다. 뛰어난 개인의 기량과 달리 오케스트라 전체가 반드시 보여줘야 할 단단한 합주력은 구조적으로 아쉬음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연주는 단원들 전체의 훌륭한 기량을 기반으로 새롭고 당돌한 시도를 가감 없이 선보였다는 것만으로 대단히 뜻깊은 공연이었다. 스베틀린 루세브의 리드도 과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추구한 듯했다. 연주자 개인의 자율적인 의사와 의지를 다양하게 반영한 시도였고, 나름대로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본다. 큰 기획으로 연속 공연을 무사히 치러낸 그들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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