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홍석원-부산시향ㅣ말러 교향곡 3번
12.12(금) / 19:30
부산콘서트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합창/
부산시립합창단
창원시립합창단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
부산문화회관 아카데미소년소녀합창단
지휘/ 홍석원
연주/ 부산시립교향악단
G. 말러 교향곡 3번
G. Mahler Symphony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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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Mahler Symphony No.3
1. Kräftig. Entschieden
- 목신이 잠에서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온다
2.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 목장의 꽃이 내게 말하는 것
3. Comodo. Scherzando. Ohne Hast
- 숲의 동물들이 내게 말하는 것
4. Sehr langsam. Misterioso
- 인류가 내게 말하는 것
5. Lus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 천사가 내게 말하는 것
6. Langsam. Ruhevoll. Empfunden
-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
"무언가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말러는 그저 말러일 뿐이다. <말러 교향곡 3번>에 적힌 각 악장의 부제는 "표제음악적 성격"을 보여주는 요소 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말러를 듣는 행위를 순수음악적으로 접근하는 면에 있어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할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와 같아야 한다.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한다.(Die Symphonie muß sein wie die Welt. Sie muß alles umfassen)"는 말러의 말처럼 그의 음악적 세계관을 이 교향곡에 담아낸 의도는 분명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홍석원, 부산시향의 말러 교향곡 연주는 세부적 묘사 중심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거대한 말러의 숲을 조망하는 듯한 접근을 보여줬다. 디테일 면에선 다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전에 그들이 보여주었던 섬세한 음악적 퀄리티에 비해 투박하고 거친 질감으로 일관해 일면 아쉬움이 있었다. 작년 12월, <말러 교향곡 2번>에서 목격한 것처럼 '홍석원의 말러'는 '쇼스타코비치'나 '시벨리우스'처럼 깊고 세련된 음향적 감성을 추구하진 않는 것 같다. 홍석원의 음악세계에서 말러의 비중은 조금 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렇다고 그가 말러에 유독 취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기대했던 1악장 호른 도입부는 꽤 거친 질감이었는데 호른군 전체의 전반적인 흐름도 그러했다. '진취적이고 거센' 음색이 주는 장점도 있었지만 오늘 홍석원 지휘자의 해석적 방향에 있어 일관된 흐름을 보여준 점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겠다. 이토록 복잡다단한 말러의 음악세계를 하나의 악장 속에 집약해 강렬한 임팩트를 가했던 부분은 지휘자의 의도와 부산시향 모든 단원들의 정서적 일체감을 다시 한번 입증할 수 있었던 역설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2악장에 접어들면서 보다 안정감 있는 앙상블이 형성되었고 오늘 가장 인상적이었던 3악장은 무대 출입구 뒤에서 연주된 포스트혼 솔로의 완벽한 연주를 통해 가히 '기적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금껏 실연에서 들었던 솔로 중 단연코 최고의 수준급 연주를 직접 목격한 만족감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4악장에서도 잊을 수 없던 행복감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의 독보적인 가창력이었다. 또렷한 딕션과 확고한 음색, 무대를 과감히 뚫고 나오는 고혹적인 보이스와 풍부한 음향은 과연 말러를 완벽하게 묘사하는 그녀만의 대단한 아우라를 경험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반면 5악장 '합창'은 독창자의 압도적 기량과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에 다소 묻히는 느낌이 강했다.
6악장 피날레는 앞선 악장과 완벽하게 구분되는 느린 템포로 시작되었다. 현악군의 낭만적인 총주가 장중하게 펼쳐지면서 <말러 교향곡 3번>이 선사하는 최고의 순간을 향해 거침없이 활주 하는 부산시향의 보잉은 그 자체로 장관을 연출했다. 이 모든 움직임이 매 순간 자연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가지보다 거대 숲을 조망하는 방향성에 있어서는 합당한 흐름이었다고 본다. 코다에서 두 대의 팀파니 타격은 무척 적확했고 강력한 충격을 안겼다. 숨이 멎을 듯한 기나긴 현악의 종주음은 이곳 부산콘서트홀의 모든 청중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그동안 홍석원, 부산시향 연주회를 여러 번 지켜보면서 느낀 경험은 오늘 말러를 통해 또 하나의 단면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들이 보여준 지난 1년 여의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이 순간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중한 기억들로 재생된다. <브람스 교향곡 2번>의 탄탄한 구축미,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에 가득했던 북구의 우울한 정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이 보여줬던 강력하고 짜릿한 파괴력은 오늘 이 순간, 말러의 음악적 세계관을 이토록 과감하고 폭발적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1월의 <브루크너 교향곡 5번>, 그리고 홍석원과 부산시향의 마지막 공연으로 장식될 6월의 <말러 교향곡 8번>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음악적 성취를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날 지켜보게 될 그 순간도 달콤한 기대감을 안고 기다릴 것이다.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