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음악, 예술의 양대 산맥은 서울대와 한예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대가 넘사벽의 위치에 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다.
한예종 출신 음악인의 출중한 실력은 여러 무대에서 증명된 부분이지만 여전히 서울대가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주류라는 사실은 종합대와 예술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는 서울대 출신들이 음악, 예술에 전혀 관심이나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경제의 전반에서 요직을 두루 꿰차고 있기 때문에 같은 학교 동문을 끌어줄 수 있는 막강한 파워가 존재하지만 한예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부산시향의 음악감독을 중도 사퇴하고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지휘자 홍석원도 그렇고(그가 서울대로 옮기는 것은 모두가 이해하는 부분이다), 웬만한 애호가 모두가 인정하는 단국대 출신 실력파 지휘자 최희준이 더 이상 크지 못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다.
절대적인 학벌중심의 대한민국 음악계가 그래서 답이 없다는 취지로 쓴 글은 아니지만, 주류가 되기 위해서 진정한 주류로 뛰어드는 적극적인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주류가 아닌 탓에 본인의 실력을 더 찬란히 꽃 피우지 못하는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겉으로는 능력중심 사회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출신성분이 발목을 잡는다는 암담한 현실은 그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느냐는 말이다. 애써 외면하고 싶기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싶지만 어떤 선택도 올바른 판단이라 말하기 어렵다. 서두에서 얘기한 서울대냐 한예종이냐라는 것도 사실 주류의 싸움이기 때문에 이것도 지방대 출신에겐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음악 애호가들은 명확한 귀를 가지고 정확하게 실력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정당한 비평을 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현실대응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