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메르만의 라벨 협주곡을 들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조성진의 라벨이 얼마나 압도적인 연주인지. 두 연주는 라벨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다르지만, 두 대가의 확고한 방향성 속에서도 저마다 귀가 판단하는 쫀쫀한 탄력성은 충분히 비교가 가능하다. 호불호는 각 개인의 판단이지만, 앙상블의 물리적 밀도는 팩트이기에 어느 면에 더 큰 점수를 주느냐는 각자의 취향에 좌우될 것이다.
최근까지 가장 좋아했던 지메르만의 라벨은 조성진을 만나 찬란했던 왕좌를 잃었다. 절대적 왕정에서 시대와 세대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민주주의적이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조성진의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