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트 하이팅크ㅣ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D. Shostakovich

Symphony No.13 Op.113 "Babi Yar"


Bass/ Marius Rintzle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Choir


Bernard Haitink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MariusRintzler #BernardHaitink #Shostakovich

#RoyalConcertgebouwOrchestra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 런던 필하모닉,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투박하고 전투적인 원조 러시안 스타일과 거의 대척점에 있는 연주로 단정하고 섬세한 앙상블과 담백하고 격조 높은 음색을 들려준다. 특히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는 하이팅크 음악예술 최정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뜨거운 명연이다. 이 곡 외 다른 교향곡은 이 작품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데 하이팅크 특유의 해석은 절제와 중용을 통해 기본에 충실한 앙상블에 확고한 초점을 두고 있기에 격정적인 폭발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바비 야르"만큼은 하이팅크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가치관을 내려두고 온전히 감성, 그 자체에 충실한 무자비한 융단폭격을 선사한다. 비록 본성을 숨겼으나 때때로 강력한 하이팅크의 음악철학이 연주 자체에 명확히 반영되는 과정의 연속이기에 이 음원에서는 그만의 해석과 다양한 스펙트럼을 새삼스레 재발견할 수 있어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베이스 마리우스 린츨러는 러시안 성악가와 결이 다른 깊고 중후한 음성과 정제된 발성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혼란하고 불안한 도입부의 선율들은 남성 합창단의 확고하고 저돌적인 앙상블 위에 탄탄하게 어우러지는 RCO의 기민한 서포트로 믿음직스러운 흐름을 이어간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종소리는 <교향곡 11번 "1905년">의 코다처럼 강렬한 충격을 안기는 '경종'이 연쇄적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서늘함을 안긴다. 쇼스타코비치 후기 교향곡은 이전 작품들을 절묘하게 오마주 하면서 한층 더 깊어진 아우라를 담아낸다. 작곡가가 자신의 음악을 새로운 시각, 분위기로 작품에 품는다는 것은 말러가 자신의 가곡들을 심포니에 절묘하게 포용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성을 작품 속에 융화시키는 것은 연주자뿐만 아니라 감상자에게도 짜릿한 희열을 가져온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서 "바비 야르"가 차지하는 의미는, 성악(독창, 남성합창)을 포함하는 교향곡으로서 작품 규모나 음악적, 구조적 단단함, 그리고 반전의 환희를 이루는 '5악장 피날레의 여운'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4악장에서는 남성 합창이 '전우에게 외치는 군가'를 연상케 하는 비장한 울림이 등장하고 음악이 서서히 사그라지면 5악장 서두의 아름답고 낭만적 선율이 진한 '반전의 엑스터시'를 선사한다. 플루트의 독주부 선율은 '고혹적이고 탐미적인 환희의 세계'이다. 마치 <말러 교향곡 10번> 5악장의 플루트가 전하는 카타르시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아름다운 선율을 현의 피치카토로 받으면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를 향하여 찬탄을 금하기 어렵다. 후반부 고음 현의 보잉으로 다시 이 주제가 등장하고 아련히 울리는 종소리가 조용히 어우러지며 대곡의 코다는 아스라이 종결을 이룬다.

작가의 이전글35년 전, 추억의 되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