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페라스ㅣ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外

by Karajan

#오늘의선곡


J. Sibelius

Tone Poem "Finlandia" Op.26

Violin Concerto Op.47 *

Symphony No.5 Op.82


Violin/ Christian Ferras *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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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핀란디아">는 카라얀을 통해 맨 처음 접했지만 그보다 먼저 영화 <다이하드 2>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가 테러리스트의 여객기를 폭파하는 장면에서 흐르던 배경음악으로 더욱 각인된 작품이다. 사실 카라얀과 베를린필의 연주는 이 교향시에 내재된 북구 핀란드 고유의 정서를 오롯이 표현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기피하는 음원이긴 하지만, 연주 자체의 질적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핀란디아 찬가"는 지나치게 카라얀 고유 스타일로 그려내 꽤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핀란드인이 연주한 본토의 연주와 비교해도 거부할 수 없는 농밀한 매력을 담아낸다.


크리스티안 페라스의 슬프고 애절한 숨결이 깃든 바이올린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도입부부터 거칠고 날카롭게 폐부를 가른다. 이보다 더 가슴을 사정없이 할퀴는 바이올린 음색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카라얀과 베를린필은 차가운 꿈결처럼 그만의 가슴 시린 보잉에 매섭게 반응한다. 크리스티안 페라스의 타오르는 보잉은 시벨리우스가 꿈꾸던 이상향일 것이다. 그는 분명 이 작품을 위해 존재하는 연주자 그 자체다. 나는 페라스의 연주를 들으며 조금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믿음은 곧 신앙이며,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가 오리지널 버전 녹음도 남겼더라면 얼마나 귀한 자료가 될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가 그토록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됐는지, 신마저 그의 빛나는 재능을 질투한 탓인지 새삼스레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그의 교향곡인데, 그만큼 마음에 온전히 만족스러운 연주를 찾기 쉽지 않다. 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라티심포니 연주가 제법 이상향에 가까운 연주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역량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카라얀은 평생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애정한 지휘자였으나 그의 해석이나 음색은 정통적인 방향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앞서 <핀란디아>처럼 '카라얀의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특유의 정서적 관점이 아니라 오로지 카라얀 고유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기에 그에게 핀란드의 대자연 그대로를 바라는 것은 가혹하다. 그래서 이 연주는 전형적인 카라얀의 맛과 식감을 지닌 독일식 핀란드 요리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전향적인 자세가 감동의 정도를 좌우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카라얀의 시벨리우스"는 하나의 큰 줄기로서 중요한 위치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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