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I. Stravinsky
L'Oiseau de feu (1910, re-orchestrated 1919)
Le sacre du printemps (1911-1913) *
Mariss Jansons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2006*, 2007 Amsterdam Live Recording
#MarissJansons #Stravinsky
#RoyalConcertgebouwOrchestra
마리스 얀손스, 로열콘세르트헤바우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봄의 제전">은 날렵하고 명쾌한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는 오히려 얀손스답지 않아 이색적인데 얀손스가 이전부터 보여준 모습과 상반된다는 뜻이 아니라, 젊은 시절, 거침없는 패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는 의미이다. <불새> 선율이 안겨주는 장대한 쾌감은 얀손스만의 섬세한 손길로 폭발적인 중용의 의미를 완벽히 묘사한다. 특히 피날레의 현 앙상블이 보여주는 황홀한 서정성과 뜨거운 고양감은 RCO의 세련된 사운드가 진한 엑스터시를 선사한다. '정명훈-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대척점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낭만성의 교묘한 동질감을 동시에 지닌 음원이다. 환상적인 코다는 깊은 여운과 쾌감으로 청중들을 폭풍처럼 압도한다. 얀손스가 수년 전 내한공연 때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와 이 작품을 지휘했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연주이다.
<봄의 제전>이 지닌 '악마적 전위성'과 '난폭한 악상'은 자주 접했던 이들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작품 속에 내재된 속성은 부정할 수 없다. 얀손스는 이 '불친절한' 음악에 '깊고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는 <불새>의 연주와 비교하면 보다 온화한 해석이란 의미이다. <봄의 제전>은 일반적으로 매섭고 야성적이며 메탈릭 한 앙상블과 광포한 연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앞서 <불새>에서 보여주었던 '중용의 선'에서 오묘한 경계를 넘나 든다. 이토록 미묘하고 아찔한 표현방식 차이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물론 얀손스의 연주도 마냥 로맨틱할 순 없다. <봄의 제전>은 '음울한 잿빛 봄의 역설적 환희' 같은 작품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기에 더 짓누르는 진한 어둠과 깊은 우울이 파괴적인 본능을 일깨우는 음악인 것이다. 봄볕을 머금은 짙은 먹구름 사이로 생명들이 움트는 소생의 계절, 얀손스는 이 곡에 그만의 온화한 시선을 살포시 담아낸 듯하다. 격정과 분노가 잠시도 나를 놓아주지 않지만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면서도 본능을 숨기지 않으며, 봄의 기운을 오롯이 즐기는 거장의 해석이 이 음원 속에 담겨 있다. 적어도 내게 이 연주는 낭만적인 해석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