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샤이, RCO의 <말러 교향곡 1번>은 상큼한 봄, 그 총천연색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있다. 다른 연주가 들려주지 못하는 하프 선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1악장 중반부가 뜻밖의 선물처럼 향기로운 기쁨으로 다가오는 그런 연주이다. 각 성부의 또렷한 윤곽은 물론이고 총주 선율에 묻히지 않는 각 파트의 소릿결은 새삼 경이롭다. 2악장은 여유로운 템포 위에 얹어진 고색창연한 목관의 향연이 따스한 미소를 선사한다. 3악장의 콘트라베이스 서주는 어둡지 않고 가냘픈 바람처럼 흩날린다. 오히려 이어지는 바순과 목관의 선율이 더욱 스산하고 애닳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동일한 선율처럼 처연하고 무거운 심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샤이의 해석은 경쾌한 정속 주행이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샅샅이 되돌아보는 꼼꼼함도 갖췄다. 뚜벅뚜벅 느리게 걷던 발걸음은 4악장 도입부의 파괴적인 총주부에서 진정한 질주가 시작된다. 이전까지 무리하지 않던 샤이는 응축된 힘을 피날레에서 모조리 몰아치려 한다. 때로는 지극히 낭만적으로, 어느 순간엔 굶주린 맹수처럼 저돌적인 눈빛으로 먹이를 쫓는 본능적 추격이 시작된다. 세부를 낱낱이 드러낸 폭주는 결코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이들에겐 그저 당연한 흐름일 뿐이다. 이상적인 폭발과 팽팽한 긴장감, 그러나 정도를 잃지 않는 이성적인 경계는 샤이가 해석하는 그 단단하고 명징한 말러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코다의 거대하고 쾌락적인 종결은 거장의 사뭇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것은 리카르도 샤이의 말러가 모든 말러리안에게 오롯이 추앙 받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