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폰 카라얀ㅣ말러 교향곡 5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G. MahlerㅣSymphony No.5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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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베를린필의 <말러 교향곡 5번>을 들어보면 그의 독보적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애, 自己愛)을 말러에 투영하면 바로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양날의 검처럼 한없이 세련되고 날 선 아찔한 소릿결, 그러나 결코 말러스럽지 않은 나긋하고 탐미적인 접근방식과 그리 치열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심플하고 낭만적인 해석방향은 극명한 호불호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많은 논란을 일으켜온 '카라얀식 말러'의 독특한 이질성은 어쩌면 "교향곡 5번"에서 극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주를 받아들이는 감상자의 입장이 다른만큼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그만의 해석에 대한 심적 동의 여부만 존재할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중도적 입장이다. 결코 최선의 선택이 될 순 없지만 독보적인 결과물로서 이 음원의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그의 말러 음반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카라얀"이라는 데이터를 그가 리코딩하지 않았던 말러 교향곡(1, 2, 3, 7, 8, 10번) 악보와 함께 입력하여 "AI"에 분석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그의 말러는 그 자체만으로 필연적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는 "교향곡 6번과 9번"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 음원, "교향곡 5번"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답지 않은 디테일과 음향적인 처리, 작품 전개 방식에 한계점을 드러낸다. (특히 교향곡 9번 1979-80년 음원은 3악장 클라리넷 실수가 수정되지 않은 상태로 발매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는 폭풍 같은 몰입감이 대단하다. 매끈하고 달콤한 사운드, 베를린필이 보여주는 단단하고 농밀한 앙상블은 의심의 여지없는 명불허전의 솜씨이다. 치열한 해석이 요구되는 3악장은 아쉬움이 남지만 지극히 아름답기에 대부분의 불만이 상쇄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아치는 다이내믹은 충분히 뜨겁고 폭발적이다. 4악장 '아다지에토'는 아마도 그가 이 곡을 지휘하면서 가장 흡족했을 것이 분명하다. 자기 스스로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1:53]의 러닝 타임은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5악장 도입부 템포 루바토가 생소한 전개를 보이지만 끓어오르는 고양감이 최고조를 이루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가장 대중적인 말러 작품 중 하나인 탓에 연주의 스타일이나 해석의 방향성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카라얀은 주정주의적 접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동의 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말러 특유의 복잡다단한 내면적 성향과 농염한 음향, 그리고 진한 낭만성이 투영된 연주로서 카라얀의 연주는 충분히 지지받을 만한 존재적 가치를 지닌다. 주세페 시노폴리, 마르쿠스 슈텐츠, 리카르도 샤이의 동곡 연주와 확연히 궤를 달리하는 카라얀은 말러가 표현될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단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궁극적 표본이다. 물론 하나의 독보적 연주로서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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