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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l 16. 2023

알리스 사라 오트 & 크리스티안 라이프-KBS교향악단

대구 공연ㅣ"베토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공연리뷰


알리스 사라 오트 & 크리스티안 라이프 - KBS교향악단 대구ㅣ"베토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7.15(토) / 17:0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피아노/ 알리스 사라 오트 (Alice Sara Ott)

지휘/ 크리스티안 라이프 (Christian Reif)

연주/ KBS교향악단 (KBS Symphony Orchestra)


[ 프로그램 ]


L. v. 베토벤ㅣ레오노레 서곡 3번

L. v. BeethovenㅣLeonore Overture No.3 Op.72b


L. v. 베토벤ㅣ피아노 협주곡 3번

L. v. BeethovenㅣPiano Concerto No.3 Op.37


< Encore >

Arvo PärtㅣFür Alina


R. 슈트라우스ㅣ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R. StraussㅣAlso sprach Zarathustra Op.30


< Encore >

P. MascagniㅣIntermezzo "Cavalleria Rusticana"


#ChristianReif #AliceSaraOtt #Beethove

#RichardStrauss #KBSSymphonyOrchestra

#크리스티안라이프 #알리스사라오트 #KBS교향악단


하루 전인 7.14 롯데콘서트홀 연주를 마치고 오늘 이곳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공연하는 KBS교향악단은 본선 무대를 무사히 치른 탓인지 여유로운 표정이 묻어난다. 대구에서 공연은 참 오랜만이다.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사운드를 지닌 공연장으로 손꼽는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수도권 지역의 유명한 공연장보다 소리의 퀄리티가 훨씬 좋은 곳이다. 그것은 어제의 서울 공연보다 오늘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 공연은 바랐던 것 이상으로, 실황 중계방송이 전달할 수 없는 음향 폭풍의 향연이 펼쳐졌고 객석에서 이를 숨죽여 지켜본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L. v. BeethovenㅣLeonore Overture No.3 Op.72b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은 <에그몬트>의 아우라에 필적하는 베토벤이 남긴 최고의 서곡 중 하나이다. 내게 가장 큰 충격과 감동을 안겼던 곡이기도 하지만 건축적 구축미와 각 파트의 거장적인 활약, 오프스테이지 효과, 그리고 지극히 아름다운 선율미는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기 때문이다. 무대 뒤에서 확고하게 울려 퍼졌던 트럼펫의 '광야의 팡파르'는 훌륭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활약을 하는 플루트 수석의 깊고 매끄러운 연주와 귀엽고 깨끗한 소릿결은 일품이었다. 콘서트홀의 명징한 사운드가 더해져 귓가에 꽂히는 이들의 앙상블은 시작부터 내 고막을 울리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방에선 평소 듣기 어려운 서울의 소릿결이 홀사운드와 시너지를 이루며 만족스러운 시작을 알렸다.


L. v. BeethovenㅣPiano Concerto No.3 Op.37


"맨발의 여신" 알리스 사라 오트는 오늘도 그녀만의 환한 미소를 머금고 시원하고 패셔너블한 스타일로 무대 위로 등장했다. 오늘 내가 이곳 대구까지 날아올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한 그녀와의 첫 만남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할 길 없다. 어쩌면 그녀가 연주하는 음악을 처음으로 실연으로 접하는 기대감에 폭우를 뚫고 달려온 나의 무모함이 결코 후회로 귀결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의 타건은 건반 위에서 대단히 자유롭지만 자신만의 주관이 확고하다. 자연스럽고 감각적인 움직임은 자신이 이뤄내고픈 음악을 오롯이 쟁취하고야 만다. 타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거스르지도 않는다. 크리스티안 라이프도 그녀의 의견에 최대한 동의했고 서로의 흐름은 유연했다. 특히 그들이 2악장에서 보여준 농밀한 음색과 가슴 시린 낭만, 그리고 눈부신 아름다움은 실로 이 곡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3악장에 이르면서 진정한 해방을 맞이한다. 그녀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오롯이 느껴질 만큼 무척 정성스럽게 음악을 다뤘다. 오트의 진정 사랑스러운 미소처럼 가슴을 울리는 영혼의 연주였다. 다만 1악장이 끝나고 지휘자의 팔이 아직 내려가지 않았던 순간임에도 악장 사이 박수가 터져 나오는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다.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다급히 멈춰졌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라이프는 알리스 사라 오트가 완서악장을 쉼 없이 이어가며 감정을 유지하도록 휴지부를 두지 않고 배려한 것인데 아쉽게도 소수 관객들의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사소한 에피소드이긴 했지만 오늘 공연의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었고 찝찝한 옥에 티였다. 그럼에도 맨발의 여신, 사라 오트는 조금도 이에 동요하지 않았고 흐름을 잃지 않으며 이토록 황홀하고 사랑스러운 2악장을 관객들에게 선사해 준 것이다. 내가 앉은 좌석은 그녀의 손보다 '맨발' 페달링이 더욱 선명히 보이는 자리였는데 타건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생생한 표정과 페달링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내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았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오늘 그녀로 인해 보다 소중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코다의 총주와 훌륭하게 어우러진 두 번의 강력한 타건은 진정한 쾌감을 안긴 순간이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최고의 실연을 지금 이 순간 목격했음을 벅찬 가슴으로 기뻐하며 찬양하고 만끽했다.


Arvo PärtㅣFür Alina


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알리스 사라 오트는 환한 미소로 감사를 전하며 무거운 아르보 패르트 작품을 관조하며 음미하듯 앙코르로 선사했다. 어제 <베토벤 바가텔 25번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했던 그녀로서는 오늘의 선곡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적, 감성적 깊이를 직접 눈과 귀로 오롯이 목격할 수 있었던 짜릿한 순간이었고 다시 사라 오트가 내한한다면 반드시 그 공간 속에 함께 할 것을 깊이 다짐하게 했다.


R. StraussㅣAlso sprach Zarathustra Op.30


<R.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유명한 서주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뿐만 아니라 수많은 매체에서 다양하게 쓰인 곡이다. 그러나 서주의 강렬한 도입부 총주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명확하게 뇌리에 박히지 않는 선율이어서 감상자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새삼 놀라운 것은 R. 슈트라우스 작품이 지닌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 수준이다. 명징하게 새겨지진 않지만 각 파트의 세련된 선율은 찬탄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다. 다만 각 분절들의 유기적인 흐름을 단단한 연주로 구현하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훌륭한 테크닉을 지닌 걸출한 악장과 각 파트의 수석 주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객원 악장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다. 크리스티안 라이프는 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작품의 까다로운 성향을 제대로 간파해 어지럽고 모호한 악상을 명확하고 심플하게 정돈하는 해석과 해체 작업을 감행했다. 이러한 시도는 완벽하게 적중했고 다이내믹과 전달력을 모두 잡은 최선의 결과로 승화되었다. 피날레 이후의 긴 침묵은 관객들의 수준 높은 동참으로 훌륭한 고요함이 이어지는 감동적인 연출이 이뤄졌다. 바로 이  순간이 음악예술이 추구하는 진정한 무형의 가치이다.


P. MascagniㅣIntermezzo "Cavalleria Rusticana"


앙코르는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이었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현악군의 그윽하고 아름다운 소릿결과 목관 파트의 따스한 서포트는 실로 인상적이었다. KBS교향악단은 그들의 성향에 맞는 지휘자를 만나면 무서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악단이다. 그래서 오늘 같은 만남이 이뤄지면 그들이 가진 기량을 뛰어넘는 내재된 능력치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젊은 지휘자 크리스티안 라이프는 마치 영화 <토르>의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묠니르'를 힘껏 휘두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그의 놀라운 음악적 감각은 지금보다 훗날에 더 강렬한 빛을 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7.15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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