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겐 요훔,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카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는 고금의 모든 동곡 음원들 중 세기의 명연으로 꼽히는 음반이다. 거장 오이겐 요훔의 두텁고 묵직한 독일 정통 해석은 요훔 스타일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물론 현대적인 세련미와 결이 다른 투박한 프레이징이나 템포가 곳곳에 존재하지만 이것은 요훔의 지휘 아래 모든 요소가 완벽히 통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테너 게르하르트 스톨츠의 충격적인 기괴한 발성법은 이 음원이 지닌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이다. 전설적인 바라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등장도 놀랍다. 그는 요훔이 추구하는 독일적인 해석의 선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키는 부분은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의 천상의 목소리이다. 그녀의 강렬하고 성스러운 음성은 가슴속에 황홀한 기억으로 각인된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대단히 야성적인 작품이지만 20세기의 고전으로 정착된 곡으로 불후의 대가들이 남긴 걸출한 기록들이 지금의 우리들을 기쁘게 함은 진정한 축복이다. 연주는 다시 시작점으로 되돌아와 "O Fortuna (오, 운명의 여신이여)"로 강렬하게 종결된다. 오이겐 요훔만의 독보적인 해석과 카리스마, 세기의 성악가들, 그리고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합창단, 오케스트라의 저돌적인 앙상블은 연주가 마무리 되어도 그 여운에서 오래도록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든다. 실로 장대한 대서사시이며 모두의 필청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