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ㅣAnother Style(7.28)

by Karajan

#공연리뷰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ㅣAnother Style


7.28(금) / 19:30

치명자산 천주교 성지 평화의전당


Violin/ 김다미, 노윤정, 홍의연, 황인영, 백주영, 문지원

Viola/ 최은식, 이수민, 서수민

Cello/ 최정주, 장하얀, 최경은

Piano/ 진영선, 서형민


[프로그램]


D. ShostakovichㅣFive duets for two Violins


A. SchönbergㅣVerklärte Nacht Op.4


A. ArenskyㅣPiano Quintet Op.51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


D. ShostakovichㅣFive duets for two Violins

Violin/ 홍의연, 황인영

Piano/ 진영선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이나 오페라, 협주곡, 실내악 등 수많은 작품들 속에 내재된 특징적인 날카로움이 있다. 반면, 재즈 모임곡이나 로망스, 영화음악, 소품곡 등에서 느껴지는 낭만성은 극단적인 아름다움을 지녀 그의 음악 세계의 다양성은 새삼스런 놀라움을 준다. 오늘 연주된 <쇼스타코비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5개의 듀엣>은 바로 후자의 경우라 하겠다. 하나하나가 지닌 놀랍도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은 도대체 쇼스타코비치가 지닌 음악적 가치관이나 창의성이 얼마나 천재적인지 깨닫게 한다. 홍의연과 황인영의 바이올린 이중주는 명징했으며 강인한 힘과 탄탄한 기량으로 진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어제 공연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평화의전당 로비 무대는 나무가 아닌 석재 건축물이어서 어쿠스틱 면에서 울림이 명확해 실내악 연주엔 오히려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오늘 첫 무대도 그리 과하지 않은 홀톤이 연주자들의 보잉을 오롯이 전달해 관객들의 귓가에 청량감을 안겨 주었다.


A. SchönbergㅣVerklärte Nacht Op.4

Violin/ 김다미, 노윤정

Viola/ 최은식, 이수민

Cello/ 최정주, 장하얀


오늘 공연의 가장 핵심적 프로그램은 단연코 <쇤베르크 정화된 밤>이었다. 오늘 김다미를 비롯한 여섯 연주자의 연주는 지금까지 직관했던 동곡 연주 중 첫 손에 꼽아도 부족함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쇤베르크 작품이 지닌 특유의 열정과 격정을 적절히 녹여내면서 유려한 필체로 펼쳐낸 연주의 표본이었다. 김다미의 스타일은 예전부터 변함없이 보여주던 안정감과 고혹미가 한 층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고음부의 아찔한 보잉과 짜릿한 엑스터시는 진정 오늘 공연 최고의 순간이었으며 현악 6중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화성의 융합은 쇤베르크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흥분과 환희를 선사했다. "구레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점층적 폭발과는 다른, 쇤베르크 음악, 그 자체의 카타르시스가 "정화된 밤"에 오롯이 녹아있다. 이번 전주 비바체 실내악 축제 음악감독인 비올리스트 최은식의 앙상블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언급했듯 격정적이고 충격적인 보잉보다 유려함을 강조한 흐름은 김다미와 최은식의 음악적 해석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 부분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세련미와 안정감을 강조하며 자연스러운 서정미로 최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A. ArenskyㅣPiano Quintet Op.51

Violin/ 백주영, 문지원

Viola/ 서수민

Cello/ 최경은

Piano/ 서형민


안톤 아렌스키(1861~1906)는 러시아 낭만주의 시대의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이다. <아렌스키 피아노 5중주>는 4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각 악장마다 독특한 색채를 담고 있다. 격정적인 흐름과 아름다운 선율미로 가득한 1악장과 러시아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2악장은 실로 가슴을 후비는 듯한 충격을 안겼다. 백주영과 문지원이 선사하는 바이올린 이중주의 유려함은 단연 일품이었다. 최경은의 첼로 솔로 역시 깊고 고혹적인 소릿결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강렬했던 서형민의 폭발적 타건도 전체 흐름을 탄탄하게 이어주는 중요한 에너지가 되어주었고 고음과 저음 사이의 충실한 가교 역할을 했던 서수민의 비올라 연주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러시아의 낭만주의 음악이 지닌 진한 선율미는 휘발되지 않고 가슴속 깊은 곳 어딘가에 새겨진다. 그것이 연주자들의 보잉 위에서 더욱 깊게 마음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오늘의 연주회는 '아렌스키의 새로운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피아니스트 서형민도 연주 시작 전에 <아렌스키 피아노 5중주>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이 연주회를 통해 이 곡을 만났다고 했다. 우리가 모르는, 미처 깨닫지 못한 수많은 명곡들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늘 이렇게 멋진 곡을 만나게 된 연주자도, 관객들도 그래서 더욱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전주 비바체 실내악 축제의 셋째 날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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