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 곡, <로시니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듀엣>은 다소 생소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이중주로 구성된 저음 현의 앙상블로 특히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오랜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었다. 이틀 전에 연주된 <쿠셰비츠키 더블베이스 협주곡>을 통해 이미 콘트라베이스가 협주곡이 가능한 악기로서 무척 섬세하고 능동적인 보잉을 충분히 구사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오늘 로시니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악기의 놀라운 힘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지극히 로시니다운 선율과 발랄한 감각을 지닌 작품으로 첼로 최경은, 콘트라베이스 권오정, 두 연주자의 절묘한 합과 두 악기 사이의 음향적인 시너지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었던 특별한 순간이었다.
E. DohnanyiㅣString Sextet
Violin/ 송지원, 정진희
Viola/ 김남중, 홍진선
Cello/ 김소연, 장하얀
<도흐나니 현악 6중주>는 6명의 젊은 현악 연주자들이 펼치는 활력이 넘치는 쾌감의 향연이었다. 현악 6중주의 묘미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2중주의 악기 구성으로 서로 오묘한 사운드의 융합을 이루는 것에 있다. 트리오, 콰르텟, 퀸텟 등은 각 악기가 본연의 존재를 과시하면서 동시에 화성적으로 어우러지는 합주 형태이지만 2중주 형태의 6중주는 서로를 보듬고 힘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다른 파트와 가교 역할을 해주며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이 대단히 매혹적이다. 바로 그런 모습이 낯선 이 작품 속에 관객들을 온전히 몰입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 작곡가인 도흐나니가 불과 16세 때 만든 작품(이후 두 번의 개정을 거쳤고 오늘은 두 번째 개정판으로 연주했다, 마지막 세 번째 개정판은 소실됨)임에도 완성도가 높고 구성력이나 선율미, 악기의 테크닉 활용도가 대단히 뛰어난 곡으로 시작부터 피날레까지 한순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었다. 작곡가가 여러 번의 개정을 거듭했을 만큼 애정이 강했던 작품으로 충분히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예술성을 지녔다. 특히 오늘 여섯 명의 연주자들이 선사해 준 강력한 결속력과 신선하고 감각적인 앙상블은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이해할 수 있었던 연주였고 그만큼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A. DvořákㅣPiano Quintet No.2 Op.81
Violin/ 김현미, 이석중
Viola/ 강윤지
Cello/ 홍은선
Piano/ 진영선
비바체 실내악 축제 여름 시즌 마지막 곡목은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였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연주자 중 가장 중견 음악가들로 구성된 멤버들로 연주된 탓인지 이전의 연주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노련함이 돋보인 무대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이석중은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악장으로 자주 마주했던 연주자들이고, 비올리스트 강윤지는 서울시향 비올라 수석으로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 1악장 서주부를 인상적으로 장식한 홍은선의 첼로 솔로는 시작부터 가슴을 울리는 보잉으로 한껏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주제부가 등장하면서 낭만적이고 우수에 찬 애절한 선율은 극에 달했다. 이전 순서가 젊은 연주자들의 매끈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강한 에너지로 충만한 연주였다면 이들의 앙상블은 노골적인 여유와 노련한 감각이 번뜩이는 연주였다. 특히 2악장은 깊고 고혹적인 강윤지의 비올라 솔로 주제선율이 단연코 압권이었다. 비올라의 소릿결이 이토록 심연을 고독하게 울리는지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처럼... 짧지만 강렬한 3악장도 대단히 공격적인 흐름과 힘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현악 주자들이 주고받는 눈빛과 소리의 융합, 숨 가쁘게 폭발하는 앙상블의 눈부신 향연은 3악장 코다 이후 일부 관객의 탄성과 박수를 불러왔다. 마지막 4악장 피날레는 드보르작이 그의 모든 재능을 갈아 넣은 최후의 종착역으로 연주자들의 목덜미에 흐르는 쏟아지는 땀의 결실이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은 연주자들의 뜨거운 질주는 완벽한 카타르시스에 이르는 폭발적인 코다와 함께 종결됐다. 보잉의 결은 섬세하진 않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노련미로 격정적으로 달려온 이 순간은 마치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했다. 객석의 환호는 대단했다. 바로 이것이 실내악이 주는 놀라운 쾌감일 것이다. 섬세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현과 활의 마찰력과 공기의 떨림이 고막에 깊게 와닿아 가슴을 울리는 시간, 그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는 엑스터시는 오늘 이 순간, 오롯이 마음속에 담아 올 수 있었던 빛나는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