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 57

by 변강훈

꽃 한 송이가 담벼락에 피었다.

회색빛 담벼락에 초록과 붉은색이 어울리니 거무칙칙한 벽이 살아난다.


꽃이 혼자 피어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그럴만하지 않은, 답지 않은 환경에서 피어날 때

그 아름다움이 살아나는 것이다.


백만 송이 꽃밭의 하나인 네 아름다움은

그저 그 백만 송이 중 눈에 띄지 않는 하나일 뿐이다.


연꽃이 탁한 물덤벙에서 그 맑음을 피어내듯이

정녕, 아름답게 살고자 하면

네 삶의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그곳에 네 아름다움과 어울리지 않는 아웅다웅, 질퍽 난장의 그들이 있다면

네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일 터, 그래서

더욱 조심할 일이다. 너 하나가 돋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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