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강훈 Oct 14. 2022

아침부터 분위기 싸했던 하루

어제는 수서역 도착한 시간이 출근시간대여서 성남 가는 택시를 타는 게 어려울 걸 예상하면서도 콜택시를 불렀다. 예상대로 잡히질 않다가 뒤늦게 근처에 있는 택시 한 대가 잡혔다. 


보통은 기사분이 손님에게 말 거는 시간이 아니어서 방심했는데 뭐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방심한 데다 요즘 가는 귀가 먹는지 크게 얘기하지 않으면 잘 안 들렸다. 양지동 삽니까? 가 질문 내용이었다. 논골인데요. 대답했다가, 뭐, 양지동이라고 해도 됩니다. 경계니까. 그러자, 그다음 질문이 공격적이다. 거기 언제 재개발된답디까? 이건 뭐지?


재개발요? 뭐, 소문은 많았는데 요새 재개발 쉽지 않잖아요. 소련이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면서 자재비 폭등해 쉽지 않은데 이런 와중에 어렵죠. 뭐, 어물쩡 어설픈 지식으로 말을 돌렸다. 그런데, 이 기사분 상당히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재개발 소문 듣고 양지동 신구대 근처에 한 채 구입했는데 세든 사람이 수시로 집 고쳐 달라해서 정 그러면 나가 달라고 하고 고쳐서 내가 들어가 사는데 아, 좋기도 하지만 동네가 영 살만한 데가 아닙디다. 빨리 재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흠. 갑자기 대화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뒤 짝지에게 전화를 했다. 기차에서 출근시간에 맞게 모닝콜을 했는데 꽤나 안 받다가 뒤늦게 받아 걱정도 되고 궁금도 했기에 한 전화였다. 출근 준비에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해 바로 끊었다. 그러자, 기사님 바로 시작한다. 주택 문제 말이에요. 정권들이 왜 이렇게 어렵게 푸는지 모르겠어요. 방법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왜 이렇게 방향을 틀지? 내가 재개발에 못마땅해하는 걸 눈치챘나? 


그러자, 기사님 왈, 주택은 꼭 소유할 필요 있나요? 자긴 두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러길래 그렇죠. 소유 아니고 임대면 어떻습니까? 살다가 죽으면 되죠. 사는 동안 임대라도 안정적으로 살면 그게 해법이죠. 그러자, 응답이 어이없다. 맞아요. 모두가 임대로 살면 주택문제 끝이죠. 집 살려고 뼈 빠지게 살 필요 없죠. 요즘 청년들 불쌍해요. 소유해야 하면 절망적이죠, 이젠. 그걸 아는 분이 와 재개발 기회 노려 한 채를 더 구입했을까?


기사님, 임대에 동의하시네요. 국가가 임대주택이나 아파트 대량으로 짓되, 면적을 다양하게 해서 풀면 꼭 집을 사야 할 필욘 없죠. 문제는 국기와 부자들이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니 문제죠. 국가까지 장사꾼 노릇을 하니까요. 맞아요. 국가가 대량으로 임대주택을 지어 누구라도 살 수만 있으면 되는데 그놈의 돈줄들이 돈맛을 알아서 이모냥 된 거 아닙니까? 아재는요?


대화가 바람직 한 건지 아침부터 왔다 갔다 하는 건지 아무튼 집 가까이 오자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골목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잖아요, 이 동네는. 그래서? 그러니 큰 길가에 세워드릴게요. 지랄! 그럽시다 그럼. 짐 들고 탄 걸 뻔히 보고도 이렇게 싹수없는 태도 전환이다. 말 걸고 수작 부리더니 마무리가 좋을 리 없지. 에라 영감탱이, 차문을 꽝 닫았다. 세상인심, 이렇구나 뭔 잡담 늘어놓다가 본심을 드러내 아침부터 분위기 싸해졌다. 언덕길 짐 들고 오르는 내 모습이 처량도 하는구나.

작가의 이전글 가이드의 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