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ㆍ귀촌이라는 용어가 본질에 어긋나기 시작한 게 꽤 된다. 농촌에 살러왔다고 생각되는 도시 사람들의 유형에 따라 구분 지었는데 이제는 그런 구분조차 의미 없다. 농촌에 와서 농사를 짓겠다는 귀농이든 그냥 농촌에서 살되 도시에서 하던 일을 한다는 귀촌의 차이는 농사였다. 그런데 이 구분이 애매해진 것이다.
귀농인들도 농사가 주가 아니고 부수적인 일로 취급될 정도로 농사 외적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실제 농사라기보다는 도시에서의 텃밭 정도로 만족하며 도시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어 농촌에 살러 내려왔다는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귀촌과 비슷비슷하고 꼭 농촌이어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특별한 삶이 아닌 장소만 농촌일 뿐이다.
이쯤에서 이 용어를 뒤로 물리고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름하여 "이민"이란 용어다. 외국에 가서 그 나라 국민이 되어 그곳에 정착해 사는 것을 이민이라고 한다면 이제 농촌에 가는 것을 외국에 살러간다는 더 강한 의미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농촌도 우리 땅인데 무슨 이민이냐고 항의하실 테지만 그런 강한 의미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살러 간 농촌에서의 생활이 분명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농촌은 도시와 완벽히 다르다. 언어가 다르다. 농촌이라는 곳이 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곳이라 여기는 순간 그곳에서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 도시인과 농촌사람 간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같은 언어여도 통역이 필요할 정도다.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차이가 심한 언어다. 그래서 도시인과 농촌사람이 한 영역이나 공간 안에 살아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소리가 같은 언어를 쓰는 이 상황은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문화가 다르다. 외국에 가서 당황스러운 것은 문화의 차이로 인한 불편이다. 농촌에 온 도시인이 겪는 불편은 이와 다르지 않다. 당연히 원주민인 농촌사람도 이질적인 문화로 무장한 도시인을 외국인과 다르지 않게 대한다. 마을 안에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농촌사람과 달리 차를 끌고 읍내로 나가 거기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취하거나 누리는 도시인의 차이는 외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 번째는 돈 씀씀이다. 농촌사람은 돈을 벌었다고 집을 한옥이든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짓는 일에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시인은 농촌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집 지을 땅을 사고 그리고 번듯한 집을 짓는다. 이것 때문에 농촌사람들은 도시인을 외국인 보듯 하고, 도시인도 역시 부자 같은 농촌사람이 왜 저렇게 후진 집에서 사는지 외국인 보듯 한다.
자, 이래서 귀농이니 귀촌이니 입에 발린 소리 말고 그냥 이민 갔다고 하고 이민 온 외국인처럼 대하는 게 현실적이다. 꼭 그래야 한다가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정착하고 그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외국에 나왔으니 외국인으로 살아갈 마음과 태도는 어때야 할까? 저 외국인에게 이 농촌 나라에 대해 뭘 알려줘야 제대로 잘 살 수 있고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정착할까? 이런 마음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농촌은 분명 다른 나라다. 그러니 가는 사람이나 맞이하는 사람 서로가 외국인 대하듯 외국인처럼 살아야 한다. 농촌 나라에서 살아남는 걸 고민 안 하고 외국 가는 이민자가 있던가? 그 고민의 시작이 지금 절실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