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이장님의 첫마디는 분노였다.
"우리가 시골서 농사나 짓는다고 무지렁이로 보는 거 아니가? 저 학교 리모델링할 때 우리가 요구한 거 모두가 무시하고 지들 맘대로 지어놓고 우리 보고 운영해 보라니!
교수들인가 잔뜩 와서 이랬니 저랬니 말도 많더구먼, 결국은 저 모양 만들어 놓고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 이제 와서 무슨 역량강화한다고 불러 모은단 말이가? 우리, 관심 없데이. 하던가 말던가 간섭은 안 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
그 외에도 너무 많은 사업이 농촌에 와서 국가 세금 분탕질 한 거를 되새김하는 이장님 말씀에 오랫동안 동조하는 추임새 넣어주다가 말씀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데 맞춰 살살 "모여서 잘 놀자는 거지, 무슨 강의합니까. 젊은 놈들 코빼기도 보기 힘든데 우리랑 재미나게 놀아보시죠. 저 학교, 이장님 말씀마따나 식당도 들어가고 주민들 뭐라도 해보는 장소가 되기 전까지는 놀이터라 여기고 놀아보시죠. 때 되면 전도 부치고 막걸리도 한 잔 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는 그런 자리라 여기면 금방 여덟 번 지나갑니다."
그러자, 이장님 화답하신다. "그러면, 초복은 낼모레니까 너무 이르고 중복 때 모여 얘기도 하고 중복 삼계탕도 한 그릇씩 할 수 있겠나?" 이때다 싶어, "그럽시다, 이장님, 그럼 그날들 동네 어르신들 모두 모여서 중복 식사하고 우리랑 함께 노는 날 언제로 할까 정하고 어디 비슷한 마을 찾아가는 여행 장소와 날짜도 잡아보시죠."
"니들 이거 약속했다! 안 지키면 마을에서 하는 거 다 끝장이다. 아무것도 협조 안 할 거다. 알았재?"
이렇게 굳은 약속의 악수를 하고 한 시간 반 만에 헤어졌다. 아마도 삼계탕은 별도로 작업하는 건 힘들어 안되고 경비를 드리면 어르신들이 동네서 알아서 하실 거다. 이미 초복은 마을에서 준비한 대로 하실 테고, 중복은 후원으로 맘 편히 챙길 것이니 한시름 놓았을 게다. 밝아진 이장님의 표정에 오늘 대화는 소득이 넉넉하게 끝난 모양이다.
이렇게 주민들과 만나는 과정은 늘 어렵게 시작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챙기고 소통하면 밝은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 뇌물? 결코 아니다. 밥상을 차릴 뿐이다. 왜? 밥을 같이 먹어야 식구가 되니까. 그렇게 서로가 수저를 들고 함께 밥을 먹고 반찬을 떠 넣어주면 마음의 빗장은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이제 함께 긴 여정을 떠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