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

by 변강훈

2018년 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가던 날 집에서 새벽에 도착한 동행자 때문에 잠이 깨 출발을 기다리며 썼던 글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때가 설날 연휴의 전날이었다. 혼자 가려고 예약 한 뒤 예정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후배가 같이 가자고 해 내 일정과 숙소를 알려주고 예약을 하라고 했더니 기가 막히게 출발 비행기 옆좌석이 비어 있어 예약을 해 출발일인 오늘 새벽에 우리 집에 온 것이다. 결국, 함께 앉아가는 행운이 따랐다. 물론 숙소와 돌아오는 비행 긴 달라서 타이베이에서는 매일 접선을 했다가 헤어지곤 했고 돌아올 때는 아마 내가 앞서 비행기를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을에 처음으로 터키(새 이름 튀르키예)엘 간다. 유럽은 처음이다. 기대가 된다. 터키는 음식 여행으로 기억될 듯하다. 재미있겠다. 다시, 그때 그 글을 살펴보자. 도착하지 않은 여행지에 대해 뭐라고 썼을까?

얼추 짚어보니 여행 다녀온 국가와 도시들이 한정돼 있다. 아시아 위주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인데 오늘 대만 타이베이를 가게 된다. 중앙아시아는 업무상 출장이었는데 그래도 둘러볼 만큼 둘러봤고, 그 외 단체여행 겸 출장도 네 번 정도 더 있지만 나름대로 여행의 묘미를 느꼈다.

대만 타이베이는 구도심의 골목을 위주로 다녀볼 심사다. 잘 정리되면 함께 느껴볼 생각도 해본다. 나와 여행을 함께 가기를 꺼려하는 동반자들의 우려는 얼마나 걸을까이다. 하루 걸음으로 삼사만보를 걷는 게 다반사라 그럴 거다.

하지만 구석구석을 다니지 않으면 이미 알려진 길과 관광지, 식당들이라 남의 뒤를 쫓는 여행이 되기에 맛이 없다. 나만의 코스, 장소는 안내서는 참조하되 꼭 필요하다. 내 추억이 없는 여행을 뭐하러 할까?

여행은 일사천리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여행사 가이드 깃발 따라 삼만리다. 사진도 똑같은 사진의 연속이다. 장소도, 자세도 똑같고 시간도 똑같다. 사람 얼굴만 다르다. 그래서 실수와 돌발사고는 당시에는 식겁하지만 지나면 소중한 추억이 된다.

다녀본 중의 한 곳인 칭다오의 성당은 아무도 없는 새벽 세시부터 해 뜨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오전 아홉 시까지 시차를 두고 인근을 돌다가 수시로 들러 변화하는 모습의 느낌과 흔적을 모아봤다. 어둠과 빛의 양에 따라 기온과 바람의 차이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모습도 다르다. 성당 안팎에 앉아서 때로는 서서, 걷다가 하면서 보이고 느끼는 것들을 몸과 마음에 담는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어딘가 붙박이도 해본다. 오래된 도심의 골목엔 삶의 다양한 모습과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 표 나지 않는 가게들의 정겨운 모습도 벽과 창문과 대문, 돌 박힌 차도와 손으로 만든 차이 나는 넓이의 색다른 계단들, 필요해 의해 놓인 반질반질한 손잡이들이 그냥 지나치게 놔두질 않는다.


타이베이에서는 그런 길과 골목을 걷고 싶다. 여행이 아니라 뒤돌아 보는 심정으로 걷고 싶다. 이름 모를 예측 불가능한 음식과 만남을 기대해 본다. 오늘 오후부터는 타 이베이풍의 거리를 걷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혼자가 아니라서 넋 빠진 내 모습도 종종 잡힐 거다. 늘 혼자 다니면서 찍어보지 못한 내 모습은 어떨지 더욱 궁금하다.

여행 전에는 잠이 잘 안 온다. 사실은 일찍 잠들었다가 동행자의 새벽 도착으로 깬 잠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이른 시간에 공항으로 이동한다는 기분이 현지에서의 기분보다 훨씬 더 짜릿하다. 오가며 별일 없이 소진하는 그 많은 시간의 생각들이 어쩌면 여행의 진수 아닐까? 태풍의 눈이 고요하지만 태풍의 본질인 것처럼. 지진의 여파가 외래인에게는 부담이다. 상처 입은 지역으로 여행이라니 미안하고 죄송하다.

이제 다시 잠들기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다. 서서히 준비물을 점검해보고 마무리 챙길걸 챙길 시간이다. 혼자 가는 여행은 일일이 챙겨할 일이 많다. 경비절감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나 사소한 곳에 들어가는 경비가 은근히 모이면 소낙비다. 조금씩만 아끼면 또 다른 도시로의 여행이 가능해진다. 이게 한 여행 끝나면서 다시 새로운 여행 계획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자투리 경비로 다음 여행이 시작된다. 이게 여행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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