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피우는 작업이었다

by 변강훈

이틀간 여덟 분의 포천 일동면 주민 리더들을 뵙고 농협 양곡창고의 용도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희망하는 용도를 묻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이년 간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기대하던 주민들에게 아무런 시도도 없이 빈 창고 그대로 눈앞에 보여주는 시 행정의 짓거리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주민들의 의욕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이젠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를 불태우는 점화작업인 것일까요?


실제로 여덟 분들의 인터뷰 시작마다 첫마디는, "그런데 왜 공사가 안 되고 그대로 있는 건가요"였다. 리더들의 이면에 있는 가족들이나 동료들이나 평범한 이웃 주민들은 이미 이 공사는 절대 하지 않거나 청사진처럼 될 수 없다였다. 리더들은 실타래의 한 줄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주민들은 기대도 없고 희망도 없다는 배신의 울화 덩어리였다.


그렇게 언론에서 도배질하던 이년 전의 그 허풍으로 재산 소유권은 아니지만 관리 운영 역할을 부여받아 오히려 혜 받은 듯 소문 무성했던 청년 상단 단장과 사무국장은 배신과 비웃음과 실망의 주역으로 전락해 낯 들고 다니는 게 어색한 지경에 이르렀고 농협창고라는 말만 나오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소심증의 대명사로 전락한 부끄러움의 표본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저 농협창고는 주민들을 위한 활동과 행사가 가능한 시설로 바뀔 것인가, 쉼터 겸 놀이터 겸 휴식과 배움과 성장의 산실이 될 것인가, 궁금함은 여전히 주민의 몫이었다. 뭐라도 될듯한 희망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대답을 청년 상단과 모의한 게 두 달 동안 상상마을 식구들이 한 일이다. 어렵게 한 주마다 부산서 대여섯 시간이 걸려 일동의 청년회 사무실에 모여 꾸준히 나눈 이야기는 단 하나, 그냥 우리에게 필요한 즐거운 작은 파티 한 번 해봅시다였다.


아무것도 못하는 실망의 주체들을 이 하나만을 해보자고 설득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이런 이유, 저런 변명 다 무시하고 합니다로 정리하고 이렇게 합니다로 구체적 내용을 전달하고 준비해주세요 하고 하나하나 챙기며 돌발 청년가족파티 당일이 되고 보니 정말 실감이 되는 듯 맡은 역할을 다했고 치우고 다듬고 만들고 준비물을 가져와 실체가 눈에 보이니 그제사 아, 이거 정말 가능하네 하는 자신감에 서로가 신나서 으쓱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당에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조명이 설치돼 빛나고 자동차들이 들어오고 텐트가 쳐지고 음악이 흐르고 창고 안은 언제 먼지투성이였는지 모르게 치워지고 책상이 이고 벽면에 영화가 상영되고 마침내 불판들이 설치되고 고기가 익어가고 냄새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대형 대야에 음료수와 술들과 얼음이 뒤엉키고 하나둘씩 모이더니 오십 명이라던 예상 인원은 훨씬 넘어서고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놀고 지나가던 주민들도 궁금해 차 세우고 참여해 자정까지 이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정리하고 치울 쓰레기들 모아놓고 헤어졌는데 소리 소문 없이 내일처럼 새벽같이 나와 마무리 정리하는 청년들과, 마을 입구의 빈 창고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뭔 일을 한 거였나 궁금한 마을 주민들이 아침부터 청년 상단 단장과 사무국장의 전화에 대고 밀물듯이 물어오는데 아무 일도 못할 정도였다는 후문을 듣게 되었다.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라는 가족파티를 경험하고 청년들은 정말 달라지고 주민들도 달라지고 마을도 달라졌다. 그래, 모두가 창고에 뭔가 시작되는 희망을 본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용도 확인이 아니었다. 포기한 희망을 다시 세우고 잃어버린 욕구를 찾아오고 사라졌던 의지를 발견하는 기회였다. 실망의 첫마디가 그래, 함 해봅시다로 마무리하고 여덟 번 만나고 여덟 번 헤어졌다. 아마도, 이번 한 주간 일동면 주민들 사이엔 리더들이 퍼트린 소문으로 모두들 들뜰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시 행정에 맞대응할 것이다. 희망을 바이러스처럼 퍼트릴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공사의 첫 삽을 뜰지도 모르겠다. 이게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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