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검정치마의 Fling; Fig From France
여기에 이따금씩 일기를 써보려 한다. 남의 일기가 궁금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내 안의 속살을 내보이고 싶은 나의 은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내 말은 꽤 느리고, 말이 느림에도 그리 친절하지는 못하다. 한 문장에 꼭 필요한 것들만 담아 말하는 것이 서툴다. 머릿속에 떠오른 무수한 생각들을 깔끔하게 말로 뱉어내는 것이 서툴다.
물론 나는 지금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편에 더 가깝다. 나의 글은 말보다는 조금 더 낫다. 그래서 이런 핑계를 대기도 한다. 글만 잘 쓰게 되면, 말은 조금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말을 못해도 되는 건 아니지만.
다행히도 일기는 글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일기로 쓴다. 하지만 일기는 내가 쓰고 내가 읽으므로, 글로 적힌 내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곧 그에게 내 일기를 보여주고 싶어진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그런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냥 말은 그 한 문장만 하고, 내 일기를 보여줌으로써 내 맨몸을 드러내고 싶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나를 울게 하는 것 모두 다 일기 속에 있다. 누가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관심을 줄까. 누가 나의 이런 속내를 궁금해할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서 와요, 하고 말하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냥 말은 그 한 문장만 하고...
때로 내 말은 내 진심이 아닌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 글은 언제나 내 진심이다. (정정하겠다. 나의 '일기'는 언제나 내 진심이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보여줌으로써, 내게 오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 그저 내가 궁금한 이들이 나를 궁금해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