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부동산 기자의 결산과 반성
산업부 기자로 있다 보면 자신들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을 가끔 받는다.
당연히 인터뷰를 통해서 홍보를 하겠다는 목적인데, 목적은 뻔해도 내용이 재밌거나 독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인터뷰이면 기사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업체는 인터뷰로 홍보하고, 언론으로선 독자들에게 재밌(다고 여겨지)는 기사를 제공하는 일종의 상부상조인 셈이다.
막내인 나에게는 요청이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드물게 직접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만난 모 스타트업도 그런 경우였다. 선배 대신 우연히 나간 미팅으로 알게 된 곳이다.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BM이었는데, 업계에선 그리 흔한 모델은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다. 지금 당장의 미팅에서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이었다... 고 생각했다.
미팅 이후로 업체는 대행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보도자료도 있었고, 기획기사 요청도 몇 번 들어왔다. 하나하나 다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했는데, 한 번은 대행사를 통해서 대표 인터뷰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대표 인터뷰 정도면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관심은 있던 곳이라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팀 내부에 허락을 받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인터뷰를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와 기사 작성의 허가는 또 다르다. 취재야 할 수 있지만 그걸 기사로 내는 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인터뷰 내용을 들고 팀 내부와 얘기했지만 '잘 안 될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 업체 측에서도 마음이 급했는지 기사가 언제 나오냐는 연락이 자주 왔다. 보다 못해 마지막으로 기사를 낼 수 없는지 다시 한번 문의했지만 결과는 당연히 킬. 일반 서민들을 위한 기사를 써야 한다는 팀의 기조의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을 위한 BM은 기사거리가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나는 업체 쪽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안 될 것 같다고 전달해야 했다.
부동산 기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구분이야 많겠지만 비판적 시각을 담은 스트레이트와 트렌디성 기사 등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자의적인 구분이다). 전자가 현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 국가 정책의 잘못된 부분을 짚는 등 변화를 가져오는 기사라면, 후자는 시장의 트렌드를 담는 재미있는 기사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쪽이 더 좋은 기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1년 차를 보낸 막내 기자로서, 스트레이트를 쓰기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망가진 시장을 비판하자니 비판점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고, 새로 나온 정책을 반박하려 할 때마다 경험치의 한계를 절감했다. 기왕 쓰는 거 문제점을 따박따박 지적하는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적절한 비판이라는 게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 1년간 많이 배웠다.
트렌드성 기사에 눈을 돌린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트렌드 기사는 연차가 낮은 나도 잘만 하면 재밌게 잘 쓸 수 있다. 처음 입봉 기사도 서울 오피스 트렌드 관련 기사였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부동산 시장의 풍속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런 부분만 재미있게 담아내도 꽤 괜찮은 기사를 쓸 수 있다. 그 정도를 써도 막내급 기자로선 괜찮다고 생각하며 올 한 해를 부동산 기자로서 지냈다.
한 해가 마무리되면서 올해 내게 아쉬운 건 없었나 돌아보게 된다. 재밌는 기사야 많이 썼지만 보통 사람들을 위한 스트레이트도 써보는 게 좋지 않았나. 부동산 경기가 역대급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시장과 정책의 문제를 짚어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제목 '보통 사람들을 위한 부동산 기사'는 나 스스로에게 하는 반성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팀의 결정은 (업체에게는 미안하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로 재밌고 흥미로운 것이 많아도, 결국은 우리 사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고민을 1년 차가 마무리돼 가는 지금에야 했다. 아마 앞으로도 해야 할 것이다.
*사진: 올해 가끔씩 드나들었던 정부세종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