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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람 Feb 20. 2022

VI. 일곱 나팔을 위한 분노의 춤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중 6번

이 글을 쓰는 지금,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무리 메시앙이 요한계시록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이라고 해도 평신도로서 계시록의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계시록에 기록된 종말론은 대부분 이단 종교의 잘못된 해석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뮤비 제작을 위해 자료를 찾을 때도 아무런 성경적 근거 없는 위험한 해석을 내놓은 글이 80% 이상이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는 양화진에 있는 백주년 기념 교회에 등록된 교인임을 밝히며 그 어떤 이단적 해석도 들어가 있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1. 제목의 의미 - 'Danse de la fureur, pour les sept trompettes'

일곱 나팔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경고의 도구다. 나팔이 하나씩 울릴 때마다 심판의 재앙이 내려온다. 마지막 일곱 번째 나팔로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데 메시앙이 이 곡을 쓰게 된 가장 큰 영감적 장면이 된 부분이다. 이 작품의 2,7번에 나오는 '시간의 종말을 선포하는 천사'의 모티브이기도 하다.(요한계시록 9-10장)


'분노'로 번역되어 있지만 프랑스어 fureur의 실제 어감은 훨씬 강하다. 정신적 발작 수준의 분노로 곧 폭발할 것만 같은 극한의 감정을 뜻한다. 이 감정은 곧 종말을 맞이할 '시간'의 몸부림이다. 나팔이 울릴 때마다 초조함과 공포로 어쩔 줄 모르는 '시간'의 움직임은 점점 격렬해진다.



2. 단호한 나팔과 불안한 시간의 대화

이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피아노의 유니즌으로 연주된다. 유니즌이란 모든 악기가 같은 음으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유니즌은 불안한 시간의 춤으로 시작된다. 한치의 망설임 없는 단호한 나팔 소리는 피아노와 클라리넷의 강렬한 듀얼 사운드로 곳곳에 나타난다. 거대한 마지막 나팔 소리를 들은 시간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힘없이 춤을 춘다. 그리고 우주의 공명을 휘감은 마지막 나팔의 메아리로 시간은 최후를 맞이한다.  


뮤비에서는 시간의 운명이 담긴 크리스털 상자를 지키려는 연주자들과 나팔이 울릴 때마다 생기는 재앙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단호한 나팔과 불안한 시간의 대화가 교차되는 타이밍에 장면이 전환된다. 여기서 보여주는 재앙은 자연재해, 환경 파괴 그리고 전쟁 등으로 실제로 우리가 겪고 있는 비극적 현상들이다.


  이 곡을 쓸 당시 나치 포로수용소에 있던 메시앙은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마주한 요한계시록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것도 코로나19 때문이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며 6개월의 강제 공백기를 가지던 중이었다.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태어나서 난생처음 겪는 위기감이었다. 모든 게 허무하던 중 우주의 종말을 다룬 브라이언 그린의 'End of Time'을 읽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이 모든 현상이 마지막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경고처럼 느껴졌고 이 음악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는 종말을 향해 달려간다. 나팔 소리에 불안한 것은 시간뿐만이 아니다. 전염병, 자연재해 같은 재앙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연약하고 불안하다. 코로나19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향한 영원한 신의 구원과 사랑이 이 뮤비를 통해 전해지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Special Point

위에 언급된 시간의 마지막 발악과 최후의 나팔 소리가 시작되는 부분은 본 영상에서 5:24 지점부터다. 이런 곡의 형태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없을 것이다. 이 음악의 의미와 유니크함에 집중한다면 한 층 더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되실 것이다.         


https://youtu.be/7 Jxpu5 ke42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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