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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o Kim Apr 18. 2024

[OST극장] 그때 그 사람들 - 거짓말이야

거짓말 같은 시대를 향한 통렬한 비웃음

나에게 기억이라는 것이 형성되고 나서부터 내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나라였고, 꽤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태어나기 불과 몇 년 전까지 유지됐던 유신 시대는 유년 시절 '제4공화국', '코리아게이트' 같은 드라마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거짓말 같은 시절이었다. 


임상수 감독의 2004년 개봉작 <그때 그 사람들>은 그 거짓말 같았던 시절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던 '10월 29일'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던 인물들이 총과 피로 현대사를 바꾸던 엄숙하고 비장한 순간을 아주 보잘것 없이 만들어버림으로써 '그때'와 '그 사람들'을 비웃어 버린다.


그중에서도 백미인 장면은 실제인물 신재순을 모티브로 한 여대생이 안가 만찬장에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부르는 장면이다. 신중현이 작사작곡하고 김추자가 부른 '거짓말이야'는 1971년 발표됐다. 사이키델릭 한 편곡과 연인의 정을 '거짓말'이라는 단어로 전면적으로 부정해 버리는 파격적인 가사는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것이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김추자의 손짓이 북한과의 교신이라거나, 높으신 분의 말을 부정하는 노래라는 등 트집을 잡더니 1975년에는 아예 방송금지곡으로 지정당하기에 이른다. 금지가 된 공식적 이유는 '불신풍조조장'. 참으로 코미디 같은, 거짓말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상수 감독은 이 노래를, 금지한 당사자들 앞에서 재롱 삼아 불러버리게 만들었다. 북한과의 교신이라고 억까당하던 손짓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보며 재밌다는 듯 깔깔 거린다. 자조적인 웃음이다. 덕분에 이를 보고 피식거릴 관객들의 웃음도 역시 비웃음이 된다. 국민을 위해 노래 가사 하나마저 따지고 드는 섬세한 자애로움이, 국가의 발전을 꿈꾸며 짓던 웃음이 모두 '거짓말'이란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그렇게도 잊었나 세월따라 잊었나


웃음속에 만나고 눈물속에 헤어져


다시 사랑않으리


그대 잊으리


그대 나를 만나고 나를 버렸지


나를 버렸지


https://www.youtube.com/watch?v=Xkqkm6b7A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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