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느껴지는 희망, 불행해서 시작하는 행복
모든 것이 태평하고 풍요롭다면 인간은 더 이상 '희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항상 행복하기만 한다면 인간은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왕년에 잘 나가던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강태식은 공장화재와 빚으로 인해 길거리에서 매맞는 복서로 전락했다.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에 아내는 이혼까지 요구하게 되며 단 하나뿐인 아들과 이별을 해야 할 위기에 놓인다. 그야말로 내일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나락 끝까지 떨어져 버린 인물이다.
<인간 샌드백으로 하루살이를 하는 그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 보인다.>
동네에서 삥이나 뜯고 카오디오나 훔쳐서 파는 동네 양아치 유상환은 꿈을 잃어버리고 허송세월만 낚는 방황 중인 10대다.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아버지와 다 늙은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깽값이나 물러 다니며 문제만 일삼는다.
그러다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권투부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소년원 수감중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고 할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져 버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돌아가신 아버지, 쓰러져 버린 할머니.
하지만 슬퍼할 수도, 할머니 곁을 지킬 수도 없는 현실은 행복한 삶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인다.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일까? 불행에 불행이 이어지는 삶을 살고 있는 유상환>
한 줄기의 빛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두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암흑이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기에 한 줄기 빛으로도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작은 빛 하나도 간절해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며 행복이다. 두 사람은 전국 신인왕 타이틀을 향해 어두웠던 어제를 잊고, 밝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불태우게 된다.
두 사람의 후회없는 한 판 승부를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크레딧과 함께 흘러 나오는 노래는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이다.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라 어어부 밴드의 백현진의 리메이크 곡이다. 백현진의 신세를 한탄하듯, 흐느끼는 듯한 보컬이 영화의 분위기와 더 어울리지만 명불허전!!! 한대수의 원곡은 그야말로 명곡이다.
<한대수의 오리지널>
<한대수의 2011년판 '행복의 나라로'>
영상 앞부분에 한대수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대수는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가수다.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로 꼽히며 한국 포크록의 시초이자 장발과 청바지를 처음으로 한국에 알린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방송이나 인터뷰를 통해 보여지는 한대수는 웃음소리가 호쾌하고 꽤나 웃음이 해프다 싶을 정도로 잘 웃는 사람이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사,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시대사는 비극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망 속에서 희망과 행복을 찾아 노래하는 사람이 바로 한대수다. 희망과 행복이라는 단어에 담긴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한대수다.
따라서 '행복의 나라로'는 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음악일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일 것이다.
-가사-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더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 주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했소
벽의 작은 창가로
흘러드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
아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고개숙인 그대여
눈을 떠봐요 귀도 또 기울이세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 찾을 수 없이 밤과 낮 구별없이
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 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