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를 품은 애절한 발라드
오우삼 감독의 1986년 영화 <영웅본색>(A Better Tomorrow)은 홍콩 누아르 장르의 르네상스를 알린 작품이다. 홍콩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다. '누아르'라고는 하지만 뒷 세계의 어두운 면보다 형제간의 우애, 남자들 간의 의리가 더 부각된다. 덕분에 동아시아의 많은 남성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슴속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느끼고 열광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누아르의 탈을 쓴 무협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영화는 멜로 영화에 가깝다. 누아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고, 쌍권총 액션이 난무함에도 가슴 먹먹한 서정이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인 송자호의 동생을 향한 순애보가 이야기의 메인이기 때문이다. 조직 간의 다툼과 부하의 배신은 송자호의 순애보를 방해하며 지연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더럽게 떽떽 거리며 송자호의 순애보를 거부하는 송자걸은 가끔씩 쌍년으로 불리곤 하는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과 닮아있다. 의형제인 마크의 서사마저도 송자호의 순애보를 갈등하게 만드는 요소다. 계속해서 지연되고 풀리지 않던 감정의 선이 비극의 끝에 다 달아 풀렸을 때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은 멜로의 전형적인 전개다.
이러한 신파적인 요소들은 영웅본색을 특별한 누아르, 즉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영화로 만들어 주었다. 동시에 애절한 발라드 곡인 '당년정'이 이 영화의 메인 OST인 이유기도 하다. 누아르 장르에 발라드가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는 이유말이다. 가사 또한 예전의 추억과 정을 바탕으로 오늘날 함께 걸으며 희망찬 내일을 꿈꾼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멜로드라마틱하지 않은가.
영웅본색하면 이 노래가 떠오르고, 이 노래를 들으면 영웅본색이 떠오른다. 그리고 장국영이 떠오른다. 장국영은 1977년 홍콩에서 가수로 데뷔해 최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배우로도 활동했는데 영웅본색은 그를 톱배우이자 흥행배우로 거듭나게 해 준 영화이기도 했다. 장국영이 직접 부른 당년정은 영화의 인기, 부른 이의 명성을 등에 업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곡이다.
이틀 전이 장국영의 21번째 기일이었다. 당년정은 아직도 배우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그를 기억하게끔 한다. 곡이 가진 애절한 감성이 그에 대한 그리움을 더 자극하는 것 같다.
https://youtu.be/dATKfkqE51k?si=0PNby0tlyODs-ypd
-가사-
輕 輕 笑 聲 , 在 爲 我 送 溫 暖
가벼운 웃음소리, 나에게 따스함을 주고
你 爲 我 注 入 快 樂 强 電
너는 나에게 즐거운 전율을 심어주네.
輕 輕 說 聲 , 漫 長 路 快 要 走 過 ,
가벼운 말소리, 머나먼 길을 빨리 지나가,
終 於 走 到 明 媚 晴 天
결국 아름답고 맑은 곳에 닿았네.
* ( 聲 聲 ) 歡 呼 躍 起 , 像 紅 日 發 放 金 箭
* 환호 소리가 일어나니, 아침해가 금화살을 쏘는 것만 같고,
我 伴 你 往 日 笑 面 重 現!
나는 너와 태양을 향해 다시 웃어보네.
輕 輕 叫 聲 , 共 擡 望 眼 看 高 空
가볍게 부르는 소리, 함께 눈을 들어 높은 곳을 바라보니,
終 於 靑 天 優 美 爲 你 獻
맑은 날의 아름다움은 너를 위해 바치는 것이네.
擁 著 你 , 當 初 溫 馨 再 湧 現
너를 안으니, 그때의 따스함이 다시 일어나고
心 裡 邊 , 童 年 稚 氣 夢 未 汚 染
마음속, 어린 시절의 꿈은 아직 오염되지 않았네.
今 日 我 , 與 你 又 試 肩 竝 肩!
오늘의 나, 다시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當 年 情 , 此 刻 是 添 上 新 鮮
그때의 정은 지금 이 순간 새로움을 더해가네.
一 望 你 , 眼 裡 溫 馨 已 痛 電
널 바라보니, 눈 속의 따스함이 이미 통하고
心 裡 邊 , 從 前 夢 一 點 未 改 變
마음속, 이전의 꿈은 조금도 변하질 않았네.
今 日 我 , 與 你 又 試 肩 竝 肩!
오늘의 나, 다시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當 年 情 , 再 度 添 上 新 鮮
그때의 정은 다시 새로움을 더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