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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백한 책생활 Jun 03. 2023

언제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고 느끼는지 물으신다면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임경선 에세이

아껴읽으려고 했는데 금세 다 읽고 말았다.


『태도에 관하여』 이후 두 번째 읽은 에세이다. 위트 있고 과하지 않은 저자의 쿨함을 늘 배우고 싶었지만 나와 너무 다른 사람 같아 내적 거리감이 있었다. 내 기준 돌직구 센 언니 맞는데 자꾸 본인은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하심..


『호텔이야기』가 출간되고 저자 SNS에서 ‘등단루트로 데뷔하지 않은 소설가’의 애환 같은 것을 읽은 적 있다. 문학상을 수상해야 인정받는 문단의 보수성 덕분에 순전히 팬 베이스로 성장했다는 말씀에 (왜 내가) 울컥했던 기억.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젊은 작가들이 신춘문예에 목 매냐는 세간의 비판도 떠올랐다. 자기 이야기를 넘어 세계관을 확장하라는 필립 로스의 일침도.


아닌 게 아니라 임경선 작가님은 팬층이 두텁다. 특유의 사이다 매력 덕분. 심심한 지브리 짤 아래 달리기 했다는 일상일 뿐인데 근사해.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달린다는 무심한 한 줄을 읽고 있자면 내 장황한 글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감히 비교하자는 건 아니다. 망설이고 후회하고 질척거리는 게 특기인 내 인생은 여기 있고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저자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사랑도 유명하다. 정사 장면을 가장 잘 묘사하는 작가라는 평판도 재밌고. 외람되나 하루키를 오래 좋아해 온 1인으로서 어쩐지 나도 맘만 먹으면 그 장면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쓸 일이 없다는 게 핵심이지.. 투명하고 담백한 무드, 자기중심이 있고 자기 연민이 없는 태도 등 에이지리스한 사람의 특징으로 언급된 부분도 기억해두고 싶었다.


꾸준함은 정말이지 재능이 맞다. 저자가 겪은 갑상선 암, 건강 이슈와 크고 작은 자존심 상하는 일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으로선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오래전 ‘캣 우먼’으로 알려졌던 연애상담가로서의 임경선 작가님을 대학 내 언론사에서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십여 년, 계속하면 인정받는다는 것을 증거 한 그의 삶은 존경스럽다. 진정성도 능력도. 여전히 가벼운 페미니스트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지인 중에 있어서 조금 놀랐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그래도 글에 등장하는 ’ 7인의 현자‘들처럼 언제든 지지해 줄 ‘자기 사람들’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 있게 하세요. 최근 작은 협업을 준비하며 지인에게 들은 조언이다. 심지어 최근엔 영어강사들은 다 외향적이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영어 가르치는 내향인입니다만.. 글쎄, 먹고살려면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뭣이 중하겠는가. 하여간 실제로 자주 제풀에 지치고 의외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나로선 자기 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이 늘 궁금했었다.


어떤 이들의 자기 확신은 놀라울 정도인데 그 근거 모를 확신이 대중을 끌어당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에고라는 적』. 그 자기 확신의 위험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문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같은 사람은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 한편으론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들이라고 늘 자신만만하진 않으리란 것. 때로 자괴감에 빠져도 ‘계속’하면서 스스로를, 세상을 설득하게 되는 것임을.


“일상의 선택이 쌓이면 습관이나 루틴이 되고,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나는 언제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고 느끼나. (독자 리뷰 이벤트 주제였다.) 불확실성의 시대, 어떻게든 내 선택에 책임을 다하고 있을 때가 아닐까. 때로 한없이 후회되고 자신 없어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 때조차. 명상과 글쓰기로 끊임없이 매일같이 셀프 응원을 해야만 할지라도 말이다. 내 선택이 인생의 정답이었는지는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계속하기 위한 진화’야 말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의 기본이자 전부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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