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족시키는 건 장난감이 아니다
보통의 키즈카페라 하는 장소라 하면, 사실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이라기보다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생을 위한 공간이라고 봐야 한다. 아무리 놀이터 중심으로 꾸며놨다 한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자기들끼리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가면 갔지 키즈카페 따위는 쳐다볼 필요도 없는 곳이다.
첫째 딸과 키즈카페를 처음 방문한 것도 아마 두 돌이 좀 지나고 무렵, 아이가 잘 걷고 말을 어느 정도 하되, 아직 식사와 화장실은 아기를 벗어나기 직전인 무렵이었다. 우크라이나인 아내는 한국의 키즈카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했고, 우리 셋은 그렇게 동네에 있는 타요 캐릭터 키즈카페에 갔다.
다양한 캐릭터로 벽면을 장식하고, 트램펄린과 꼬마기차, 물놀이 존 등 여러 장소로 아이들의 놀 공간을 만들어 놓은 그 장소에 아내는 충분히 만족했고,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다음부턴 키카는 내 전담이라고 떠넘겼다. 그때 이후로, 아이와 키즈카페를 가는 것은 내 몫으로 남았다.
키즈카페를 가 보면 정말로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 단위로,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만 데려오는 일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처음 입장하면 식당 어딘가에 앉을자리를 확보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부모들은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수다를 떨곤 한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정말 진심으로 아이와 함께 몸으로 모든 놀이를 해 주려는 적극적인 부모님도 있다. 트램펄린은 보통 성인이 들어가 뛰지 못하니 들어가기만 해서 아이의 뜀을 치켜준다든지, 볼풀장에서 아이와 함께 파묻혀 나올 생각이 없다든지, 블록놀이에선 아이와 함께 커다란 성을 짓는다든지 하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두 가지가 섞인 유형에 가깝다. 아이가 혹시 어딘가에서 다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까이서 지켜는 보지만, 내가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블록놀이 정도는 같이 뭔가 만들어 주고 마트놀이엔 계산원 역할도 해 주지만, 정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주는 부모님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는 언제나 키즈카페를 나올 때 아쉬워했고, 다음에도 아빠랑 오겠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렇게까지 잘 놀아줬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아이에게는 일하느라 집에 자주 있지 않은 아빠와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제, 소극적 플레이어였던 나는 처음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아이가 노는 곳 옆에 따라다니며 아이의 행동을 물어보았다. 벌써 여섯 살이나 된 꼬마 숙녀는 화장놀이와 옷 입기에 관심이 많았고, "아빠 도와줘, 이거 씌워줘"라고 한 다음에 자기 모습이 만족스러우면 "이제 찍어봐"하며 전속 사진사를 유감없이 부려먹었다.
이후로도 볼풀장, 블록놀이, 미끄럼틀 및 아이가 가는 모든 장소에 따라다니며 아이가 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려고 하니, 아이의 얼굴엔 흥분기마저 보였다. 더 신나서 5분마다 하고 싶은 놀이가 바뀌며 내 손을 잡고 이리저리 이끄는 아이를 보니 문득 나는, 진심으로 나와 놀고 싶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아이의 마음을 느끼며 순간 마음이 조금은 저릿해졌다.
2시간을 꽉 채우고 아이가 좋아하는 돈가스를 먹으러 가는 길에 오늘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신나서 종종걸음을 뛰며 "키즈카페는 아빠랑 오는 게 최고지~"라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아이와 진심 전력으로 놀아주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길어야 2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 부모를 일주일 동안 기다린 아이에게 그 정도는 써 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 어제였다.
이제 앞으로 키즈카페에 가면,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이의 눈에 맞춰 적극적인 놀이로 함께 할 예정이다. 왜 어릴 때 부모님께서 자식의 행복이 부모의 행복이라 하는 지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던 이상, 나도 오랫동안 아이의 얼굴에 담긴 웃음을 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