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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진짜 문제, 직원만족도 저하의 주범

조직이 가장 병들어 있을 때는 침묵하고 말하지 않을 때다

by Karel Jo

매년, 여러 회사에서는 직원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직원들이 현재 다니고 있는 조직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얼마나 자기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조사한다. 질문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비슷비슷한데, 예를 들면 지금 직장을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냐든지, 아니면 현재의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있냐든지 하는 등이다.


만족도 조사의 목적은, 현재 우리 조직이 효율적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한 조직인지를 묻기 위함이다. 업무 구조가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이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의사소통만 충분히 잘 이뤄지고 업무 방향 설정과 처리속도에만 문제가 없다면 수직이든 수평이든 구조의 방향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직원만족도의 본질은 조직 구성원의 의견이 얼마나 잘 '순환'되느냐를 묻는 거라고 봐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직원만족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 올해 곧 나올 결과도 좋지 못할 것은 마치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는 말과 같을 정도로 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숫자는 차갑고, 정직하다. 아무리 사무실에서 웃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일한다 하더라도 안에서 곪아 든 상처를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왜, 만족도가 낮을까?

누가, 만족도를 낮추는 주범일까?


수많은 질문과 누군가를 지목하기 위한 범인 색출의 시간은 또다시 지리멸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무실 환경이 좋지 않다든지, 복지가 별로라든지, 시스템 지원이 아쉽다든지 하는 곁가지 이유들이 또다시 주요 문제인 것처럼 둔갑해 진짜 이유를 필사적으로 가리며 가짜 대책으로 본질을 가리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깨달아야 할 본질이 있다. 직원만족도를 해치는 가장 큰 주범은, '말만 하는 리더십'이라는.




그런 리더들이 있다. 어떤 상황이나, 업무 진행에 앞서 일을 설명하면서 "그건 아주 쉬운 일이다. 복잡하게 하지 말고 하이레벨로 간단하게 처리하면 된다"라고 명쾌한 척 직원들을 독려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과거에 다 해 본 일이라고, 시간 길게 들이지 말자고. 단호하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며 조금의 부정적인 의견이라도 나오면 다그치는 모습 앞에 우리는 고개를 그저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 리더들은 조직의 입을 다물게 한다. 그 '아주 쉬운 일'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시스템적인 지원이 미비하다든지,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든지 하는 실질적인 문제는, 그 현실에 대한 설명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무능을 설파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어떻게 어거지로 시작해 결과를 내본 들,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때 그들은 또 그렇게 말한다. 일이 어려운 거였으면, 미리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충분히 조율했어야 하지 않냐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조직은 그렇게 입을 다물게 된다. 무기력함에서 오는 침묵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에 대한 무서움이 더 큰 이유다. 시작은 리더십의 한 문장이지만, 결론이 언제나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귀결되는 상황.


그 말은 그렇게까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어느 상황에서든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되는 것이 문제일 뿐. 책임은 공중에 그렇게 흩어지고, 누구도 중심에 서지 않은 채로, 같은 일, 같은 대화, 같은 침묵.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이 상황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리더란, 리더십이란, 이렇게 확신에 차서 밀어붙이기만 하면 되는 일일까?

방향성만 잘 설정하면 세세한 디테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일까?


예전에는 그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수장이란, 리더란, 방향을 설정하고 가이드를 내리는 사람이지 자세한 내용 같은 건 밑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고, 리더의 덕목은 '제시'지 '해결'이 아니라고.


나 또한, 그런 리더들 밑에서 일을 해 왔던 사람으로서, 언젠가 내가 리더가 된다면 그런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과거의 모습보다는 더 디테일하고, 더 섬세해야 한다. 말하기 전에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충분히 고민해야 하고, 나의 목소리 이전에 조직의 목소리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시대의 리더는, 우리가 가진 문제를 두고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이 문제를 만들어 낸 내 책임이 무엇인가'를 먼저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전에도 몇 번 다루었던 이야기지만, 나는 언제나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곤 한다. 그 좋은 리더란 단순히 성격이 좋거나, 착한 리더가 아닌,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이란, 내가 되고 싶은 리더십은 칭찬과 지시, 질책을 넘어 구성원의 마음을 이해하는 진심을 담은, 그리고 그 일의 경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리더십이다. 모든 구성원이,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먼저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도와 채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지시보다는 경청, 책임 회피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 그리고 자유로운 소통. 그 환경에 수직이냐 수평이냐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비록 나의 지금은 또다시 지루한 침묵 속에 머릿속 생각으로 머물겠지만, 언젠가, 이 차가운 숫자를 따뜻한 신뢰로 바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루를 또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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