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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이 당신을 망치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자신의 신념과 믿음,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by Karel Jo


우리 주변에는 선한 사람도 있지만, 언제나 그 선한 사람보다 더한 빌런이 우리의 주변을 지키며 삶의 여유를 파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으레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 같은 말을 생각해 보면, 좋은 사람 99명보다 한 사람의 빌런의 영향력이 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 빌런들은 대부분 몇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특징 세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자기주장이 굉장히 강할 것

2. 그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고, 자기 자신이 타인을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

3. 이 모든 것을 숨기면서, 비슷한 타인을 매도하며 자기는 열려 있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라 표현할 것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런 빌런들은 대부분 성격이 또 외향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단순히 외향적인 사람이 빌런인가?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해 보면 아마 구분이 쉬울 것이다. 혹시 주변에, 분명 외향적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는, 틀림없이 빌런일 것이다.




물론, 빌런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모두에게 나쁜 영향력을 준다고 얘기할 수만은 없다. 1:1로 이야기해보면 범죄자도 분명 어떠한 동기가 있고,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의도가 있으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빌런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던 학생 시절에는 그런 빌런을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다. 같은 학교 또는 같은 반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내지 않으며 꼭 그 사람과 함께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기에.


문제는 사회에 접어들고 나서, 직장 또는 사업에서 만나는 빌런이다. 같은 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같은 회사에서 어떤 의미로든 업무적으로 협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최대한 엮이려 하지 않으려 해도 빌런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흔히, 우리는 이런 빌런의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빌런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그건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본인에 대해 그렇게 생각 안 하던데요?”라고 던진 말에 대해, 그렇지 않음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마치,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저 얘기를 안 해줄 뿐인 건가? 같은 생각에 스스로 움츠러드는 것처럼.




나 또한, 안타깝게도 그런 빌런의 말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많은 의심으로 한때를 허비했던 적이 있었다. 그 빌런은 나에게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독선적인 나의 행동이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한다고 조언이라고 말하지만 주의를 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말은 타인의 말을 빌린 거짓말이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극도로 좁아진 나에게 그때 그 말은 나를 더 주눅 들게 만들었다. 나라는 사람이, 또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이런 빌런에게 가장 취약한 사람은 아마 나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나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보통 나에게서 먼저 찾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뭔가를 더 했더라면, 이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거나, 자존감이 낮다거나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기아감에서 비롯된 인격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그 시기를 이겨내고, 이렇게 그때를 회상하며 글 한편을 남기고 있지만, 최근 주변에 또다시 빌런들이 등장하면서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 올곧지 못하다면 또 한 번 휩쓸려 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그러나 나는 이제 알 수 있다. 그 빌런의 악함보다, 나를 믿어주는 주변의 선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나 스스로는 충분히 나를 믿고 이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는 빌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단편적이지 않고 언제나 입체적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주변의 빌런으로 인해 마음이 요즘 힘들었던 분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들이 당신을 망치게 두지 말고, 당신과 당신 주변의 선함을 믿고 그를 떨쳐내라는, 당신의 가치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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