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재무팀의 애증의 친구 결산
첫째 아이의 진통이 3월 마지막 날에 시작되었을 때 나는 내심, 제발 4월 1일 말고 12시 이전에, 31일에만 나와주었으면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둘째가 예정일이었던 2월 초를 맞출 것 같았을 때에도, 조금만 더 빨리 나와주었으면 하고 마음을 다해 빌었다. 결과적으로 둘째는 다행히 월말에 나와주었고, 첫째는 거짓말같이 1일 날 태어나 매년 생일 당일을 챙겨주기 당분간 어렵게 되었다.
Finance, 회사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게 분류되겠지만 통상 재무팀 또는 재무회계팀 정도의 명칭으로 불릴 것이다. 외국계 회사라면 한국의 경영관리팀 정도에 대응되는 FP&A(Finance Planning&Analysis)라는 조직도 Finance의 범주에 속하긴 하나, 어쨌든 통상 Finance 라 하면 회계와 연관되어 있고, 다시 말해 매월 초 소위 '결산(마감)'이라고 하는 지긋지긋한 친구와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SAP와 같이 ERP가 고도화되었고, shared service를 쓰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직접적으로 예전처럼 전표를 쳐가며 결산을 마무리하는 회사들은 많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대부분 자동분개로 이미 처리된 전표들을 확인하거나, 일부 자동전표로 해결할 수 없는 내용만 전표를 입력하면서 회계처리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shared service가 잘 되어있다면 직접 분개할 일이 없으니 확실히 예전보다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줄어들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장부의 책임이 온전히 Finance, 재무팀 안에 있기 때문에 자동이든, 다른 사람이 넣었든 결국 최종 처리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고, 분명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자동화가 되지 않는다. 이상하게 꼭 마감 때만 되면 잘 되던 시스템도 뻑이 나고, 평상시에 실수를 안 하던 현업 부서도 계정을 틀리든 코드를 틀리든 뭔가 하나 틀려서 온다.
매번 결산을 진행할 때마다 나는 굳이 대학교 때 그렇게 관심 없다고 하던 재무회계를 어쩌다 밥벌이로 삼게 되었나, 이럴 거면 회계사 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고민을 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회계라는 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불안감을 미룰 수 있는 잘 모른다는 좋은 핑계로 반복되는 실수를 정당화하는 걸 웃어넘기며 지켜봐야 하는 게 익숙해지는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회계인들이 현업의 실수에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면, 무던해질 때까지 아직 끓어오를 피가 남아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렇게 싫고 질색하는 애증의 이 결산은 항상 끝나고 나면 깊은 후련함을 남기면서 '이번 달도 무사히 넘겼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그날 하루의 기분을 상승시키는 데 강력하게 일조한다. 마치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겪는 러너스 하이처럼, 최종 결산이 완료될 때까지 밤늦게 야근하며 초긴장 상태에서 벗어날 때, 결과물이 잘 나왔든 못 나왔든 그 당장의 순간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후련함이 감돌 때가 많다.
물론, 때로 앞으로 얼마나 이 생활을 더 영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항상 뒤따라오게 된다. 무엇보다 딸의 생일을 당일에 챙겨주지 못하는 건 항상 마음 아픈 일이고, 언젠가는 결산에서 떨어진 경영관리나 다른 파트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커리어를 성장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조직의 어중간한 부분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병행해야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업무가 항상 한두 다리 걸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도, 이번 달도 다행히 잘 끝났다. 당장 이제부터는 나온 결과물에 이유를 불어넣기 위해 또 파고들어야 하겠지만, 이번 달도 그렇게 Worker's High를 느끼며 한 달을 새롭게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