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북을 급히 마무리하며, 브런치스토리에 대한 감사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던 계기는 내 자신의 감정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나는 여전히 때로 우울하고, 높은 행복에 대한 역치를 갖고 있어 일상 생활에서 특별히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며, 대부분의 문제의식을 나에게서 찾는다.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제일 먼저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이를 막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일어난 일을 막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게 된다. 설령, 내가 막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 지라도.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 다시 말해서, 나는 무엇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가였었다. 분명, 나에게도 지금처럼 인생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행복을 받아들이며 즐겁게 살았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눈 앞에 놓인 사람을 달리 받아들이지 않고 품을 줄 알았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단지, 언제 어디서부터 무엇인가로 모를 이유에 의해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
나는 어문학과를 졸업했다. 단순히 언어 뿐만 아니라 체코어, 체코문학, 체코의 역사와 문화 등 그 나라 자체를 공부했다. 한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는 이념으로 세워진 나의 학교는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커리큘럼을 갖고 있었고,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남들이 전공수업을 회피할 때 일부러 전공수업만 골라 들어 졸업학점을 채웠다.
생각해보면 대학생 때는 지금처럼 대부분의 일상을 즐겁지 않게 보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도 잠재된 문제는 충분히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 때만큼은 공부에 즐거움이 있었고, 미래에 대한 밑그림도 꽤 확실했었다. 나의 주제엔 미래가 있었고, 그 미래는 그 당시로서는 밝은 유채색이었다.
아쉽게도 그 미래는 무채색으로 뒤덮여 지금까지 걷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지만 그 때부터 나는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란 물론 태어난 그 순간부터 매일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나이가 들기 전까지 그를 체감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그 때부터 스스로의 삶을 그저 하루 하루 접어내는 데에만 집중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혼자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나에겐 책임감이 있었고 나 혼자만을 위해 모든 삶을 내던질 만한 뻔뻔함과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왕에 용기가 없다고 하면, 다시 돌아갈 용기라도 갖자는 마음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었고, 치료는 분명히 일정 시간동안 효과를 봐서 나를 원래의 위치, 문턱까지 다시 끌고 오는 데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자고 결심했던 순간은, 약을 끊은 순간부터 다시 꺼져가는 나 자신의 생명, 삶에 대한 의욕을 지켜보던 순간이었다. 다시 약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먹으면 분명히 다시 좋아질 것을 알면서도 그러고 싶지 않았고, 뭔가 다른 방식을 찾고 싶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억을 헤집어냈고, 글을 쓸 때의 자신이 가장 행복해했던 그 어느 때를 기억해냈다.
감사하게도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을 때, 처음에는 그저 글을 토해내는 것에 불과했다. 브런치 매거진이 무엇인지, 브런치북이 무엇인지, 연재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이 그저 하루 하루 그날의 감상을 쏟아내는 것이 주력했으며, 지금의 브런치북인 '괜찬지 않아도 괜찮아' 또한, 따라서 중구난방의 주제를 가진 얼치기 습작을 모아놓은 채로 부끄러운 결말을 짓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보잘것 없는 글을 라이킷해주시는 선배 작가님들, 부끄러운 글귀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을 겪으며 이제야 나는, 내 자신이 진정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았다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내 안에 쌓인 언어를 한 줄 한 줄 버려내갈 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세 가지 정도의 주제를 잡고 내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아가 보려 한다.
1. 아내를 만난 이야기, 그리고 소중한 내 가족의 삶의 궤적
2. 15년차 직장인, 낀 세대의 팀장으로서의 고민
3. 현대인의 감기,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내가 나아졌던 계기와 중단한 이유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는 이대로 부끄러운 결말을 맞음에도 이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좀더 정리된, 정돈된 언어와 주제로 글을 이어나가며 정말 '브런치북'에 걸맞는 글들이 엮일 수 있을 때, 브런치북에 도전하며 작문을 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