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삼키고 달을 토해내며

스스로 다시 마주하는 나 자신

by Karel Jo


아침에 눈을 떠 보면 오늘도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눈을 뜨는 그런 순간이 있다. 매일 똑같이 쉬어지는 숨의 나날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렇게 새삼스럽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간밤에 또다시 누군가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쫓기듯 도망치며 어디론가 떨어지고, 떨어지기만 하는 자신의 낙차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을 실감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지.


사람의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무리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남들과 내가 보는 삶의 온도차가 클 수 있는 걸까. 나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무엇이든 가진 사람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 포식하듯 먹어치우는 나의 안정욕구는 무언가를 가진다고 해서 채워질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내가 만족하는 순간이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탐욕스럽게 쟁취하지만, 곧 무엇이든 금방 질려 버려 새로운 걸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중독자니까.


충분히 자기 스스로를 아껴도 괜찮다.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쉬운 길이 눈앞에 있는데 너무 어렵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런 소리는 지겹게 들었어.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몰라, 단지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내가 또 그 말을 올곧게 듣지 못하는 거겠지. 언제나 그렇듯이, 남들은 옳고 나는 틀린 거니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오늘도 그 말 아래에 나를 또다시 덧씌우고 나도 모를 색깔로 칠해버리고 말아. 나는 어때야 하는 사람일까? 그건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언제나 그 질문에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지. 정말로 되고 싶은 내가 뭔지를 말할 수 없는 나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색깔로 나를 덮어씌우며 살아갈 뿐. 그래서일까, 내가 검은색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색으로 뒤덮인 새카만 자신을 돌아보는 걸지도 모르겠어.


다행히도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지. 적어도 내가 동굴 안에서 더 깊이 파고들어 가지 않게, 이런 나라도 같이 있어줘야만 할 것 같은 더없는 위태함으로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사람 옆에 지금 나는 서 있다. 그런 나를 아빠랍시고 믿고 좋아해 주는 네 개의 눈도 새롭게 생겼지. 이래도 되는 걸까? 고민한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되지 않은 내가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소중한 존재를 상처 입힌다. 그럴수록, 나의 어두운 검은색도 더욱이 깊어져만 가고 말아 버리지.


지쳤다는 그 한 마디를 내뱉으면서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괜찮아, 누구나 이렇게 사는 거야 하고 나 자신이 부서지든 말든 스스로를 몰입시키고 몰두하며 시간을 견뎌내는 순간이 얼마나 더 오래갈 수 있을까. 이제는 주변 사람들조차 그 거짓을 조금은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어. 사실 그들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아닐 텐데. 그저 내가 없음으로 인해 겪을 잠시의 불편함을 굳이 감내하려 하지 않을 뿐이겠지.


예전에는 이럴 때 어떻게 이겨냈을까? 글쎄,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기억하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걸 기억을 못 하는 건지. 과거의 내가 무엇으로 이를 뚫어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네. 지금처럼 생각나는 말들을 그저 끊임없이 토해냈을 수도 있고, 티슈를 뽑아 쓰듯 시절인연에 즐거워하며 그 후에 돌아오는 공허함 속에 힘들어했던 적도 있었겠지. 그런데 결국 그 무엇 하나 머리에 남지 않아. 머리에 남은 건 그저 끊임없이 내가 무언가를 못 했다는 생각뿐.


아침에 눈을 뜨면, 떠오른 해를 간신히 삼켜내고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돌아와 길바닥에 토해낸 달을 보며 생각해. 한동안 닫아걸었던, 단단하게 잠겼을 거라 확신했던 마음의 저 깊은 곳 문이 또다시 열려 때때로 다시 내가 숨겨놓은 어두움을 천천히 풀어놓는 것 같아. 잘 가려진 하얀 도포 사이로 사실은 그 안에 있는 칠흑색 가시가 조금씩 옷깃부터 물들여 나가지.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차릴 듯 천천히, 때로 물어오는 사람이 있지만 그저 무언가 묻었다고 얘기해 주는 순간의 호기심. 나는 아마도 결국 또 어떻게든 문을 걸어 잠그긴 하겠지.


한동안 조용했던 물결 사이에 나는 이제는 쏟아낼 말이 없는 줄 알았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두서없이 토해내는 수많은 생각들처럼, 나는 비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가득 차 버린 채로 흘려보낼 힘만 더 잃어버린 모양이야. 어쩌면 지금에라도 다시 알게 된 게 다행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또 한 번 해를 삼키고, 달을 토해낸다. 나에게 취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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