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사람의 마음속 안에서, 생각이 움직이는 방향은 때로 참으로 놀라울 때가 많다. 어떨 때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 올라오는 거대한 성취감 속에 스스로가 해냈다는 즐거움에 벅차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환희에 놓여 있다가도, 어떨 때는 한없이 끝 모를 지하 저 편에서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끌려 들어가다 못내 압력에 이기지 못하고 허우적댈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괜찮아진다. 세상엔, 내가 보려고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지만 여전히 좋은 것들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고, 그저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들이 지금도 그저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손을 뻗어, 잡기만 하면 된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긍정의 행동은 오늘도 그렇게 나를 휘감아 톡톡, 노크하고 빠져나간다.
아마도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근거는 없어도 한때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믿음을 가진 때가 있었다. 비록 지금은 무언가 부족하지만, 경험을 쌓아가면 더 나은 미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의 고난은 미래의 편안함을 위해 잠시 당겨 쓰는 것뿐이라고.
진실로 그랬다. 무언가를 성취해 냈다.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은 모습을 대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만족스럽지 않다. 무너뜨리고 싶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 틀림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불멸의 적이다. 오늘도 나를 숨 쉬게 하고 한편으로 질식할 만큼 아픔으로 나를 몰아붙인다.
혹자는 말한다.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끌어안고 있어서라고.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그러나 어디에, 그리고 누구에게? 정작 누구도 가져가려 하지 않고,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일인걸. 그저 웃는 껍데기가 남아있어야 할 뿐이라면, 그건 지금도 앞으로도 충실하게 붙어 있을 텐데. 그러나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길가에 버려진 더러운 것을 기꺼이 손대 치우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있다고 관심을 갖고 민원이라도 넣어주니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스스로 되고 싶었던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니면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확고하게 자리 잡은 자화상이 있기는 한 걸까. 욕망은 어디에나 자리 잡고 있지만 목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나의 삶이 빠르게 질리는 이유겠지. 나는 탐한다, 그리고 충분히 섭취하고 즐긴 다음, 그다음이 없다는 듯이 뱉어내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지금의 불안은, 그렇게 탐닉하던 모든 것의 끝에 사실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허 끝에 다다르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공부라는 미래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실제로 책을 다시 펴고 펜을 써 나가다 보면 또다시 질려 버리고 다른 걸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무엇이 되었든 사실, 되고 싶은 나가 어떤 것인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이런 고민이 필요 없이 그저 한 발 한 발을 움직여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될 일일지도 모른다.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여 도달한 곳이 미래가 아니라, 주말 마트의 주차장 자리처럼 도달한 곳이 그저 미래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저 나는 원래부터 열린 문을 나가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를 잡아끌며 데려가 주길 바라며 더 깊은 곳으로 꽁꽁 싸매 내려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감염된 마음, 멀쩡한 신체. 엇박자는 오늘도 계속해서 심장을 흐르는 중이다. 나는, 오늘도 들리지만 듣고 싶지 않은 소리와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