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거치며 느낀, 호불호가 명확한 나 자신
같이 일하던 과장님을 떠나보낸 지도 어느덧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은 시간이 지나가게 되었다. 다행히, 채용절차가 얼어붙은 상황이지만 대체충원이라는 명목 하에 신규 채용을 어렵지 않게 승인받을 수 있었고, 몇 명의 지원자를 추려내 팀장인 내 1차 면접을 지나 담당 임원분의 최종 면접까지 거쳐 이제 입사 제안을 할 분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만 남아 있다.
연차가 좀 되는 경력직을 뽑다 보니 면접에서 사실 경력 상에서 우위를 가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신입이나 대리급 면접과 다르게, 과차장급 이상의 면접은 이미 각 분야에서 충분한 실력을 쌓고 온 분들이 후보자가 되기 때문에 실상 직무 관련된 질문엔 대부분 막힘들이 없다. 근소한 차이가 있다면 업무가 아닌 직종의 유사성이 좀 더 있느냐, 아니면 관련 업계에 대한 조사를 좀 더 해보았느냐 정도일까.
총 3명의 1차 후보군을 그렇게 추려내고 나니, 나 또한 내 면접에서는 세 후보자분의 우위를 가르기가 상당히 쉽지 않았다. 대부분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이론을 기반으로 하면서 각 회사마다 용어도 달리 쓰고, 정의도 다르고, 그 회사에서의 표준을 중시하다 보니 큰 틀은 알아도 디테일을 안다고 표현하긴 어려우나, 소위 짬밥이 있어 응용력에 큰 문제가 없을 때 일을 잘한다, 적응을 잘한다라고 평가받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는 직무적으로 차별성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면접을 통해 적어도 나 자신의 성격적 호불호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스스로 사람의 감정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소위 대문자 T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나 자신도 후보자의 성격은 채용 과정에서 절대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채용과정을 지나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나 또한 잘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의 성향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아마도 나에게 의지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특별히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았다.
후보자 세 분 중 한 분은 업무적으로도 굉장히 뛰어났지만, 몹시 차분한 성격을 갖고 계신 분으로 이야기하면서 나 또한 단 한 번의 감정적 동요 없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 편히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마치, 동요 없는 호수 위에 조각배 하나를 띄워 놓고 차 한잔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다른 분은, 뭔가 어딘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에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만 내가 옆에서 하나라도 챙겨 줘야만 할 것 같았다. 마치, 밥 먹을 때 케첩을 흘리는 딸아이의 접시 옆에 슬쩍 휴지를 툭 던져주며 조심하라고 눈을 흘기는 아버지의 마음처럼. 정확히 설명할 길은 없지만, 부산하게 정신을 집중시키는 경험이었다.
사람의 성격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민하게 되는 건, 내 개인의 감정을 채용이라는 공정한 절차의 평가기준에 넣어도 괜찮은 건가?라는 질문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든지, 라인 인사라든지, 인맥정치라든지 뭔가 개인적인 기준이 표준이 되면 일단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
물론, 같은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라면 나와 같이 일할 사람이니 나와 케미, 또는 성격이 맞을 사람이 더 낫긴 하다는 생각은 든다. 정확히는 내가 일하기 편한 사람과 일을 하는 게 낫지 굳이 불편한 사람과 일을 할 이유는 없는 거니까.
고민하는 나에게 아내는 넌지시 조언해 주었다. 당연히 나의 호불호나 성향도 중요하지만, 그럴 때는 당신은 조직의 장이니 조직 구성원과의 화합력도 생각해 보라고. 당신 좋은 사람 뽑는 거야 장의 권한이니 자유겠지만, 남은 사람들도 같이 생각해 주어야 한다고. 당신에겐 각각의 직원이겠으나, 직원들에겐 당신 한 사람의 팀장이니까.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아내의 지혜로운 조언을 곱씹으며, 그래도 나란 사람이 생각보다 사람의 성격을 가리고, 관심도 많았다는 점을 새삼 놀랍게 받아들이며 나는 고민하고 있다. 아내의 말대로, 나뿐만 아니라 조직에게 유리한 사람이 누구일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