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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인다는 말이 어색할 때가 있다

사실은 좋아지고 싶지 않은 걸까? 싶은 순간들

by Karel Jo


심리상담센터에서 검사 결과를 받고, 심한 우울감에 빠진 상태니 약물 치료와 심리상담 치료를 빠르게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임상심리사분의 보고서를 받아 들고부터 나의 첫 우울증 치료는 시작되었다. 그날로 정신과에 방문하여 항우울제와 비상약으로 항불안제를 처방받았고, 심리상담도 예약이 진행되었다.


치료를 진행하기 전까지도, 사실 굉장히 고민했었다. 내 나이대의 정신병이라는 건, 으레 나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소위 말하는 징징대는 소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 자신부터가 이걸 치료받으면서 과연 좋아지는 게 있을까? 사실은 내가 좀 더 견뎌야 하는 부분인데 내가 약해서 참지 못하는 게 문제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울증을 씻어내기 위해 지속된 과정을 겪고 나니, 그 기간 동안 나 스스로가 분명히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있다. 정확하게 무엇이 어떻게 좋아졌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으나, 어떻게든 표현해 내자고 하면, 삶이 조금은 더 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힘든 일이다. 고열이 내리고 기침이 멈추는 것처럼, 눈에 딱 이렇다 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머리가 납처럼 무거웠던 하루의 시작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던 순간들, 또는 하루의 마지막을 잠으로 맞이해야 할 순간에 뜬눈으로 지새우며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고민들 속에 싸워내야 했던 밤의 시간들을 더 이상 맞지 않았을 때, 또는 막을 수 없던 눈물을 멈출 수 있었을 때라든지.


숫자로 설명할 수 없고, 정황으로 풀어내야 하는 나의 경과는 그렇기 때문에 심리상담센터든, 정신과든 방문했을 때의 첫인사가 항상 그렇게 시작했었다.


잘 지내셨어요?



마치, 잘 지내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그러나 나는 그럴 때마다 항상 "네, 잘 지냈습니다 선생님, 요새는 정말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라는 말 대신 으레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주눅 든 반응을 보였다. 분명, 치료를 받는 순간에는 나를 어려워하던 사람들도 순간순간 웃음을 보이거나 편안해 보이는 나를 보고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다가오던 순간도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고개를 가로젓곤 했다.


사실은, 좋아지고 싶지 않은 걸까?
또는, 나 자신이 좋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또는, 사실은 우울한 나 자신이 그리 나쁘지 않은 건 아닐까?


평상시 사람의 우울한 척도가 -10에서 10 사이라 할 때, 우울이라는 기준점을 -5 이하 정도로 잡을 수 있다면, 그리고 정상 범주의 일상생활을 5 정도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면 기분부전증이라는 건 일상 범주의 레벨이 0-2 사이고, -로 내려가는 것도 굉장히 손쉬운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때로는 나도 내가 정말로 괜찮아지고 싶은지, 괜찮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사뭇 궁금할 때가 있다.


약을 끊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이겨낼 힘을 찾으며 글을 쓰고 있는 요즘에도, 나는 분명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예전보다는 자주 듣고 있다. 물론 여전히 그런 말에는 고개를 가로젓고, 속에 여전히 쌓인 게 많다고 스스로 느낄 때가 있지만서도. 때로 묻게 된다.


과연 나는, 행복하고 싶은 걸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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