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들려주는 면접 이야기
1월 중, 회계 파트를 담당하시는 과장님이 개인사유로 인해 퇴사한 이후, 약 한 달간의 시간 동안 새로운 팀원을 충원하기 위한 여정이 이제 거의 끝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사팀에서 최종적으로 연봉이 담긴 오퍼시트를 보내고, 후보자가 받아들여 입사일자를 확정 짓게 되면, 다시 결원 없는 팀 구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흔히 채용 과정이 그렇듯이, 수백 장의 이력서를 받아 수십 장을 추려내고, 그중 수 명과 면접을 봐서 단 한 명의 후보자를 최종 확정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결원을 빨리 채운 셈이라고 안도한다. 위에선 좀 더 다른 후보자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른 방안을 권유했지만, 더 좋은 사람을 찾을까 봐 결정을 늦추는 건 시간의 부담만 가중하는 일이니까.
경력직과 신입의 채용 절차에 가장 큰 차이점을 두자고 하면 아무래도 자기소개서의 유무일 것이다. 이는 물론 회사마다 다를 수 있고, 경력직에게도 지원동기와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회사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도 외부에서 기회를 찾을 때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 특히 자사 홈페이지 지원을 통한 회사들이 많은 텍스트를 요구했던 것 같다.
왜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느냐 하면, 경력직은 0-3년 차 정도의 중고 신입이 아닌 이상에야 자기의 이력을 경력기술서로 말하지 굳이 긴 텍스트로 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내가 '했던' 경험으로 입증해야 하는, 이른바 라떼로 빙의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마음가짐으로 자기를 검증받는 자리가 경력직 면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래서 경력직 면접은 질문이 대부분 후보자들이 작성한 경력기술서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Finance팀장으로 내가 주로 하는 대표적인 질문을 꼽자면,
지원하시는 직무에 비해 이 일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결산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으신데 업무가 어렵지 않을까요?
현 직장에서는 외화평가를 어떤 식으로 진행하시나요?
수익성 검토에서 원가계산을 어떻게 진행해 보셨나요?
대부분, 이렇듯 질문 자체가 직무에 맞춰져 있다. 그 일을 당연히 잘할 사람을 기대하고 면접을 진행하지만, 그 기대치는 향후 2-3년 내에 잘하게 될 신입의 기대치가 아니라, 통상의 수습기간인 3개월 이내에 적응을 잘 마치고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기대치를 가진 채용이 경력직 채용이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나는 지금 직장의 입사 첫날 담당자가 모두 퇴사했다는 이유로 고객사 입찰 건을 진행했어야 했다. 아직 노트북도 이메일도 채 활성화되기 전에)
이번 채용에서도, 6년 차부터 11년 차까지 다양한 폭의 경험을 가지신 분들의 후보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경력직들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면 한 직무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오신 분들이라면 그 경력이 물경력이 아니라고 하면 사실 업무 능력을 어필하는 것에서 큰 변별력이 생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생 시절을 생각하면, 업무 능력 평가라는 것은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무에는 시험처럼 킬러문항이라는 게 없고, 킬러문항은 팀장, 임원, 사장처럼 직급으로 대체된다. 일을 할 줄 아냐 라는 측면에서 그 일을 빠르든, 느리든 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력직 면접에서 우리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점, 그리고 의외로 경력직들이 간과하는 점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서두에 말한 자기소개서에 제일 흔하게 등장하는 회사의 지원동기다. 좀 더 덧붙이자면, 지원동기와 내 경력을 맞붙여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어필하는 일이다.
이번 경력직 채용도 비슷한 결이었다. 비슷한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최종 테이블에 올랐고, 최종 면접까지 본 3명의 후보자들은 업무적으로는 변별력을 쉽게 찾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중 순위를 매기는 건 당연히 가능한 일이었으나 보통은 그렇지 않은가, 게임에서도 능력치가 평균 90이 넘는 이상, 취향차이가 생기지 항상 최고점이 최강은 아니듯 말이다.
최종 후보자를 가리는 데 쓰인 변별력은 그렇기 때문에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가 얼마나 우리 회사에 대해 조사했고, 얼마나 채용 직무에서 자신의 미래를 충분히 상상해 왔느냐였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흥미로웠는지를 보자면,
1. 회사의 재무제표를 조사해 와 궁금증을 질문했을 때
2. 해당 직무에서 자기의 2,3년 정도 되는 단기계획을 말할 때
3. 자기 직무의 방향성은 여기에 있었는데, 입사 후 다른 관심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한지
등, 회사 자체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후보자가 결국엔 최종 후보자로 낙점되었다. 사실, 나 스스로도 이런 부분은 의외로 간과하는 일인 듯하고 아마 그런 면이 이번 외부 기회 탐색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결국에 채용이란, '회사'에서 일을 오래 잘할 사람을 뽑는 일이니 아무리 경력이 맞다 한들 회사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 만약 당신이 경력직 채용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따라서 나는 그렇게 조언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당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그 회사에서의 당신의 미래를 그려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