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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첫날의 퇴사를 막는 온보딩의 기술

애써 뽑았는데, 서로 후회는 하지 말아야지

by Karel Jo


4년 전 지금의 회사에 처음 입사한 날에 팀장님께서는 웃으면서, 하지만 조금은 심각한 톤으로 물어보셨다. "과장님, 혹시 현대기아차 입찰 진행해 본 적 있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는 말씀을 드렸고, 예전 직장에서도 제품은 다르지만 자주 했던 업무라고 하였고, 그렇게 입사 첫날에 나는 견적 검토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웃긴 일이다. 팀장님의 기대 어린 눈을 뒤로한 채 나는 그 당시에는 이름도 모를 공장의 원가담당 과장님께 전화를 드려 새로 입사한 직원이라고 나를 소개한 뒤, 다짜고짜 견적원가를 검토해야 하는데 혹시 우리 회사는 원가계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냐, BOM은 어디서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소개를 회사 사람에게 하지도 않은 입사 첫날이었다.


물론, 나는 과장급 경력직으로 들어온 상태고, 내가 들어왔을 당시에 기존 팀원들이 모두 퇴사하기로 정해졌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으며, 다만 '이 회사는 사람을 부려먹는 데 가차 없군'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 내가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서울사무소 Finance의 최고참이 되고, 팀장도 된 걸 보면 나의 '온보딩'은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나에게 5년 전, 10년 전 히스토리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 걸 보면,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이 회사를 다닌 것처럼 인식되는, 조직에 녹아들 대로 녹아든 고인 물이 되었다는 의미라는 말이다.


신입 직원이든, 경력 직원이든, 회사는 처음 조직에 입사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회사보다는 외국계 회사라면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 입사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온보딩 프로세스를 통해 직원이 조직에 원활하게, 그리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온보딩(Onboarding)은 문자 그대로 탑승했다는 의미로, 직원을 빠르게 녹아들게 하는 절차의 의미인 Induction이라는 표현과 더불어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회사라는 고유의 조직문화를 가진 곳에, 새로운 사람이 그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세스를 두고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좁게 보자면, 직원이 새로 입사한 기간에 제공하는 OJT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온보딩이 담는 의미는 단순히 직무에 대한 교육이나 부서 간 업무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그 사람과 그 회사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아가는, Engaged 된 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체적인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서두에 말했던 나의 현 직장 온보딩은 굉장히 거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이자면 나의 능력을 믿고 오자마자 바로 현업에서 성과를 낼 거라는 강한 믿음에서 아무 교육도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정도의 신뢰관계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달리 말하면 굉장히 체계 없이 절벽에서 밀어놓고 살아 올라오면 우리 직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살아남은 나는 내가 겪은 실패를 교훈 삼아 내가 채용한 직원들을 조직에 빠르게 융화하기 위해 나만의 온보딩 프로세스를 세우게 되었다. 별 거 아닌 노하우지만 나름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1. 초기 (~입사 후 2주)

: 각 부서 간의 OJT도 진행되고, 아직 회사 시스템 권한도 제대로 안 나왔을 때라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때다. 주로 면담과 전체적인 회사 설명에만 시간이 쓰이는데, 다만 이때 반드시 정립해야 할 것은 '직원에게 기대하는 업무 수준과 명확한 R&R'에 대한 합의다.


2. 중기 (입사 후 2주~2달)

: 시스템 권한도 나왔고, 점심도 같이 먹고 해서 이제 어느 부서의 누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있는 시기다. 만약 사업장이 다른 곳에 있다면 이 시기에 사업장 투어를 해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때에 하나씩 초기에 수립한 업무에 대해 간단한 업무를 직접 완료해 보게 지시해서 성취감과 성취도를 동시에 본다.


3. 후기 (입사 후 2달~3달)

: 통상 90일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수습을 완료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온보딩 기간도 90일을 잡는다. 이 때는 경험한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거쳐, 보완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지원이 필요한 건 없는지에 대해 감상을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수습 종료를 합의한다.




물론,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90일 만에 어떻게 그 모든 걸 합의하고 맞출 수 있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90일이면 설레임이 익숙함으로 바뀌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지난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원을 받은 나 또한, 앞으로 90일 동안 이 분의 여정을 돕기 위해 온보딩 프로세스를 오랜만에 가동하게 되었다. 부디, 90일 뒤에 서로가 웃으며 수습기간 종료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이후로도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라며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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