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향의 게임 문화이야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 월드컵 경기장. 2002 FIFA 월드컵을 위해 건설된 아시아에서 5번째로 큰 축구 전용구장이며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곳보다 손에 꼽히는 대표 경기장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난 13일과 14일 ‘2025 아이콘매치 :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 메인 매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양일 간 약 10만 명의의 관중이 운집했고, 그들 앞에 박지성, 구자철, 이영표, 설기현 등을 비롯해 이케르 카시야스, 리오 퍼디난드, 디디에 드로그바, 티에리 알리, 하나우지뉴, 웨인 루니 등 세계적인 수비형 그리고 공격형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섰다. 세계적인 축구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 화려하고도 꿈만 같은 대회였달까. 아이콘 매치 경기에 대한 관객의 관심은 매우 뜨거워 선 예매가 불과 10분 만에 매진됐고, 일반 예매 역시 20분 만에 전 좌석 판매가 완료되는 대기록이 나왔다.
14일 치러진 11:11 메인 매치에서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끄는 실드 유나이티드(방패팀)이 아르센 뱅거 감독의 FC 스피어(창 팀)를 제압하며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이 자리에는 ‘외계인 심판’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명심판, 피엘르루이지 콜리나 주심까지 깜짝 등장해 환호를 받았다.
축구 얘기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한데 사실 이 대회는 게임회사 ‘넥슨’이 주최했다. 축구 팬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 할 수 있는 기획, 또 게임 회사와 큰 접점이 없는 장년층 사이에서는 ‘넥슨이 왜??’라는 의문점이 먼저 들 수 있는 대회다. 하지만 사실 넥슨의 아이콘 매치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2번째. 지난해 개최 당시에도 카카, 드로그바, 앙리, 피구, 퍼디난드, 셰우첸코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이 대회에 함께 했고 6만 4천 명 이상의 관중은 물론 라이브 방송을 통해 누적 시청자 600만 명이 대회를 지켜봤다. 당시 넥슨은 이 쟁쟁한 선수들을 섭외하는 데에만 100억 원을 투자했다 알려지기도 했는데,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올해, 또다시, 또 한 번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2025 아이콘 매치를 벌였다.
개인적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그 화려함보다도, 뱅거 감독의 ‘커리어 역사상 이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는 멘트가 눈길을 끌었다. 또 ‘넥슨은 꿈을 만드는 회사’라며 본 대회를 주최한 배경과 의도를 설명한 넥슨의 박정무 사업부사장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이 대회의 의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를 만나고 교감하는 것이 게임이기에 게임 회사와 플레이어들 간의 오프라인 만남의 기회는 흔치 않다. 회사 측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플레이어들을 만나고자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설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오프라인 이벤트, 거점 마련에는 촘촘한 기획과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반면 오프라인 이벤트 한 번에 게임의 동시 접속자가 크게 늘어난다거나, 신규 플레이어 유입이 아름답게 증폭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게임사들의 노력은 그 각각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기억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와 경험은 게임 플레이어뿐 아니라 그 플레이어 주변인들에까지 게임과 게임사에 대한 긍정적 이해를 가져온다. 그것이 게임사들이 종로에, 강남역에, 성수에 더 나아가 인천 국제공항에까지 각종 게임 관련 복합공간을 꾸리고 때때로 팝업 스토어를 열고, 또 플레이어들과 소통하는 콘서트, 팬미팅 등을 기쁘게 준비하고 공개하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넥슨의 2025 아이콘 매치는 2회째라는 점에서 더 빛났다고 본다. 또 당사가 이러한 시도를 통해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와, 자신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이 자리에서 밝히는 모습에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북미 극장가에서 벌어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이벤트 현장에 참여한 구름 떼 같이 많은 팬들이 모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문화를 즐김에 있어 때로는 오프라인에서, 그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함께 모여 그 즐김의 시너지를 누리는 것 참 좋지 아니한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