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수장들은 왜 유연 근무제를 요구했을까

구기향의 게임 문화 이야기

by 구기향 Karen Koo

현직 대통령과 게임업계 수장들 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지난 9월 24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10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K게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것. <세계 3위 게임강국으로 레벨업>이라는 주제로, 성동구 성수동의 게임 문화 플랫폼 ‘펍지 성수’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김정욱 넥슨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대표, 배태근 네오위즈 대표 등 주요 게임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청년 인디게임사 대표, '이엔드' 노태영 프로게이머, 게임인재원 학생 등이 함께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자리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그간 게임 산업을 옥죄던 규제를 타파하겠단 의지를 비치는 한편,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닌 만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정책 지원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히 게임업계에서 그간 너무나 듣고파했던 부분들에 대한 답이 선언적으로나마 주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문화 산업 국가로 만듦자”며 “문화산업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게임분야”라 강조하는 등, 한국 게임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했다.


한데 이 자리에서 제안된 내용 중 탄력적 노동시간 운영, 즉 근로시간 유연화 관련한 대통령의 답은 신중했다. 이 대통령은 탄력적 노동시간 운영의 양면성을 언급하며 사업자와 청년 인권까지 고려해 제도적으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을 남겼다.


사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유연 적용 관련해 주요 게임사 대표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신작 출시나 대형 업데이트 직전 또는 그 직후 업무가 몰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고강도 근무(크런치 모드)를 할 수밖에 없는 게임업계의 특성에 기인한다. 실제로 게임 신작 출시 직전/ 직후에는 집중적인 콘텐츠 제작, 밸런싱은 물론 즉각적이고도 집중적인 서비스 대응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는 해당 콘텐츠 및 서비스 관련된 단발적 평가와 만족 여부뿐 아니라 이 신작 자체에 대한 시장 평가와 국내외 게임 이용자들의 지속적 이용 여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즉, 게임은 일반 소비재와 다르게 살아있는 프로덕트에 가까워, 신작 출시 후에도 끊임없는 시장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형태나 피드백에 따라 대규모 업데이트, 마케팅이나 국제게임쇼 등 사전에 기획된 큰 변화 시기들 외에도 실시간으로 바로 전폭적이고 전략적인 인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는 게임사들의 일상이다. 때문에 현 제도 하에서의 근로시간 단기 조정은, 기업들의 주요 모멘텀에 대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게임사 중 넷마블과 넥슨 등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워라밸 보호에 힘쓰고 있기도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 고민이 깊다. 그저 직원들 일을 더 시키고 부려 먹기 위해 제도를 풀어달라는 관점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퇴근 후 또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 그림자 노동 등 직원들의 더 현실적인 고통을 알기에 목소리 내는 부분도 있다.


이미지 출처, Getty Image

허나 그저 변화에 대한 바람만으로 변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답과 같이 그 유연 근무의 형태와 조건, 촘촘한 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개발이 필요하다. 대통령 또한 “개발사는 집중근무가 가능하도록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뒤에서 죽겠다고 한다”며 이어 “사업자 윤리, 도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제도로 보장하며 두 가지 충돌되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금번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하는 수많은 미디어의 기사 중에는 이 대통령의 ‘우려’에 무게를 맞춘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경영진들만 원하는 제도 변화로 잘못 풀이하거나 노동자 혹사 등 일어나서도 안되고,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함께 고려할 부분 등에 대해 앞서가는 우려만을 너무 늘어놓지 않기를… 게임업계의 근로시간 유연화 쟁점과 관해 게임사 수장들의 제언의 배경, 의도와 이 대통령의 신중한 답변의 의도가 바르게 읽혀야 한다. 그래야만 유의미한 <접점>을 찾는, 실질적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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