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더비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구기향의 게임 문화 이야기, 스토리텔링의 매력

by 구기향 Karen Koo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SKT T1과 KTF 매직엔스 (현재 kt 롤스터) 간의 대결은 워낙 치열해 많은 E스포츠 팬들이 주목했다. 당시 두 팀을 중심으로 형성된 라이벌 관계를 언론과 팬들이 '통신사 라이벌' 또는 '통신사 더비 (Telecom War)’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이 두 팀의 대결은 '임진록'(임요환 vs 홍진호)과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의 경쟁까지 더해져 상징적인 라이벌리(Rivalry)로 자리매김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치열한 경기를 반복하며 누적된 감정과 서사를 쌓아 올린 관계 즉 축구에 있어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처럼 말이다.


각 팀의 모기업(SK텔레콤과 KT)이 통신업계의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유래하여 사용되기 시작한 이 통신사 더비라는 표현은, 이후 E스포츠뿐 아니라 프로야구(KBO) 한국시리즈와 프로농구(KBL) 등 전통스포츠에서도 매력적인 스토리 소재가 되었다. 통신사 더비의 그 확장된 개념에는 SK와 KT뿐 아니라 LG까지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2023년 KBO 포스트시즌의 최종 무대인 한국시리즈가 LG 트윈스 (LG U+)와 kt wiz (KT)의 대결로 성사됐을 당시에도 미디어들은 연일 통신사 더비,라는 표현을 헤드라인에 올렸다. 당시 LG 트윈스는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상황이었고, kt wiz는 플레이오프에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고 올라오는 저력을 보여주며 '가을 좀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결과적으로 이 대결의 승리는 LG 트윈스가 거머쥐었지만 당시 1차전과 2차전 경기의 전국 시청률이 7%를 훌쩍 넘는가 하면, 1차전부터 5차전까지 총 다섯 경기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114,342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등 두 팀의 경기는 그 자체로 엄청난 흥행 기록을 남겼다. 이는 역대 한국시리즈 5차전(최대 5경기) 기준 두 번째로 많은 관중 수이다.


KBL에서는 주로 서울 SK 나이츠 (모기업: SK텔레콤)과 수원 kt 소닉붐 (모기업: KT) 간 관계가 통신사 더비로 읽힌다. 그리고 이들 간의 대립 구조는 2025-2026 시즌을 앞두고 더 흥미로운 상황이다. SK의 레전드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선형 선수가 KT로 이적하는 대형 사건이 2025-2026 시즌을 앞두고 발생했고, 과거 SK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문경은 감독이 KT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SK의 상징들이 KT로 옮겨가는 매우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선수, 감독의 이동은 다음 시즌 통신사 더비의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통신사 더비라는 표현과 각 팀 간의 경쟁, 대립의 히스토리는 쟁쟁한 두 팀 간의 치열한 승부, 그 이상의 드라마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면서 최선을 다해 갈고닦아 맞붙는 그 히스토리와 서사가 재미 포인트다.

4강 우승 뒤 환호하고 있는 kr롤스터 Cuzz, Bdd, Peter선수의 모습. 이미지 제공=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오늘 9일 중국 청두에서 다시 한번 역사적인 통신사 더비가 펼쳐진다. 롤드컵 4강에서 LPL의 강호 TES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둔, 그러다 보니 더더욱 현재 폼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 T1. 그리고 본래 우승후보로까지 손꼽히던 강팀 젠지(Gen.G)를 3:1로 격파해 버린 kt롤스터가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만난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노련함과 바텀 듀오의 완벽한 호흡이 강점인 T1을 꺾고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더독의 반란’ 서사를 그려내며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창단 이래 최초로 롤드컵 결승에 발을 디딘 kt롤스터의 마지막 기세 또한 기대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


스토리텔링은 스포츠 경기에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팬들이 더욱 빠져들 수 있도록 도구 경쟁을 연속적인 축제로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중국 청두를 불태울 E스포츠… 롤드컵 내 2025 통신사 더비전은 또 어떤 이야기를 남길지 지켜볼 얘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