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향의 게임 문화이야기, 넥슨-아이언메이스
최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의 '다크앤다커(Dark and Darker)' 소송 항소심 판결이 게임 업계에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법원은 "전(前) 넥슨 직원의 영업비밀 침해(개발 자료 유출)는 인정되나,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P3)를 저작권 침해(표절) 한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약간 비약해서 표현하자면, '비밀을 훔쳤으나, 창작물은 표절이 아니다'라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 이 판결은 단순히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 게임 개발의 윤리와 창작의 자유라는 두 개의 근본적인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입하여 만든 '영업비밀’을 강력히 보호하는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영업비밀의 범위를 확대하여 단순한 기획 문서뿐만 아니라, 소스코드, 빌드 파일 등 구체적인 개발 산출물까지 포함했다. 이는 기업의 미공개 개발 정보에 대한 법적 보호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또 이 판결은 퇴사 후 창업을 준비하는 개발자들에게도 강력한 경고등이 될 것이다. 전 직장에서 핵심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파일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도 '기억'에 의존하여 전 직장의 노하우나 독창적인 기획 내용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기억 기반 침해' 행위 또한 법적 제재의 가능성이 높아진 거다. 개발자의 직업 선택 자유와 기업의 투자 자산 보호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법원은 일단 부정 경쟁 행위의 윤리적 책임에 더 큰 무게를 실은 것이라 해석된다. 즉 '머릿속의 노하우’도 잘못 옮겨 냈다간 영업비밀 침해가 될 수 있다.
이토록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범위는 확대된 반면, 게임 표절에 대한 판단은 조금 달랐다. '다크앤다커'가 'P3' 프로젝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넥슨 측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에 근거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게임의 장르, 규칙, 시스템 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다크앤다커’와 'P3’의 두 게임이 익스트랙션 RPG라는 장르적 유사성을 가질지라도, 캐릭터 디자인, 그래픽, 사운드, 인터페이스 등 창작적인 '표현'에서는 실질적인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일각에서는 게임 표절의 기준을 엄격히 유지함으로써, 후발 주자들이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창작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하는 판결이라 해석했다. 그럴 수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게임 업계에 이중의 책임을 명확히 부과한다. 첫째, 기업들은 미출시 IP 또한 영업비밀 관리 대상임을 확실히 하고 관리 시스템에 더욱 철저히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자사의 IP를 보호하고 정보 유출 시,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개발 정보를 명확히 '비밀'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개발자들은 윤리적 경계를 명확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합법적인 모방과 시스템 차용(창작)은 허용되지만, 미출시 IP 등 불법적인 정보 유출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도둑질)는 단호하게 제재받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판결을 들여다보고 해석을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 우려가 올라온다. 금번 판결을 통해 법원은 불법적인 수단을 처벌했지만, 궁극적으로 게임의 '표절' 여부는 외관의 창작성에 달려있다고 말한 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문에, 이번 판결은 향후 개발자들이 윤리적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게임을 창작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보이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그 결과가 단순히 표절이라는 잣대만을 피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억지 덧붙이기는 제발 지양하기를. ‘아이디어’ 위에 ‘우리 만의 유니크한 창작과 표현’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개발이 독려돼야 할 것이다. 개발자 스스로들도 그 길을 택하여 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끝>